"관련 서류 받으면 검토할 것"…10조원 M&A 참여 의지
[뉴스핌=황세준 기자]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1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도시바 경영권 확보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 부회장은 23일 서울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에 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
그는 SK하이닉스의 도시바 경영권 확보전 참여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도시바측에서 아직 조건이나 계획(관련 서류)를 보내오지 않았다"며 "받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지분 19.9%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3일 도시바측에 제안서(Proposal)를 접수했다. 도시바는 제안서들을 검토해 3월말까지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 지분 절반(10조원 규모)을 내년 3월까지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전사업으로 본 7조원대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경영권까지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당초 3조원대였던 도시바 지분 확보 전쟁은 3배 이상 판이 커졌다.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 확보를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박 부회장은 인수 의지를 드러내 이같은 전망을 일축했다.
도시바는 서버, 노트북 등에 사용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9.8%(D램익스체인지 기준)로 삼성전자(36.6%)에 이어 2위인 업체다. 점유율 10.4%인 SK하이닉스가 도시바 경영권을 확보하면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
일본 언론들은 도시바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새로운 매각 공모를 오는 24일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도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반도체업계의 상생과 동반성장도 강조했다. 정기총회 인사말을 통해 그는 "세계 경제 질서 변화 등으로 경제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선도적인 혁신과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상생과 동반성장"이라고 말했다.
또 "반도체의 폭발적인 수요가 신규 사업자 진입 등 새로운 경쟁 양상을 동반할 것이라는 점에서 위기의 끈을 조금도 늦추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회의 대표적인 상생 프로그램인 '패턴웨이퍼 지원사업'을 언급하며 "국내 반도체 각 분야의 협력과 지원을 통해 장비 국산화와 소자업체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결실을 맺고 있는 게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패턴웨이퍼'는 미세한 회로 패턴이 새겨진 웨이퍼로 반도체 장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품이다. 패턴웨이퍼를 생산하려면 대당 1000억원대의 장비가 필요하다. 지난 2015년 1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동부하이텍이 국내 중소·중견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에 테스트용 패턴웨이퍼를 제공하는 '패턴웨이퍼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한편, 반도체산업협회는 이날 총회에서 2000억원 규모의 반도체성장펀드를 통한 반도체 초기기업의 창업·성장·M&A지원, 국내 파운드리-팹9용반도체 표준 개발 및 제안, 국제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대내외 협력 확대 등의 사업을 의결했다.
아울러 최창식 동부하이텍 대표와 임민규 SK머티리얼즈 임민규 대표를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