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총통 취임 후 중국 보복으로 단체관광객 급감
싼커 증가와 제3국 관광객 유치로 관광산업 빠른 회복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중국인의 한국 관광 규제 강도를 높이면서 우리나라 관광 업계가 초비상이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우리보다 먼저 중국의 '보복'에 타격을 입었던 대만 관광업계는 빠른 회복세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만 관광업계는 2016년부터 중국의 자국민 대만 관광 제한 보복 조치를 당했다. 2016년 1월 진행된 대선에서 친중국 성향인 국민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중국은 자국민의 대만 관광을 제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이 총통에 당선되자 중국은 '약속'대로 중국인의 대만 여행을 제한했고,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았던 대만 관광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2008년 중국에 관광 시장을 개방한 후 최대 위기를 맞은 것.
지난해 9월에는 대만 관광업계 종사자 만여 명이 타이베이 시내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후 중국의 보복으로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생계가 막막하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실제로 차이잉원 총통 취임 5개월 뒤인 10월 대만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55%나 줄었다.
그러나 차이잉원 총통 당선이 확정된 후 1년이 지난 현재 대만의 관광산업은 예상외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수는 줄었지만,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오히려 늘었다.
대만 통계처에 따르면, 2016년 대만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연인원 1069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가폭은 2015년보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2.4%의 플러스 증가율을 보였다.
이 기간 중국인 관광객 감소 폭도 예상 보다 크지 않았다.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연인원 351만 명으로 전년 보다 16.1% 줄었다. 중국 정부의 서슬 퍼런 위협 수준에 비하면 생각보다 크지 않은 감소 폭이다. 동시에 중국 외 기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14.8%나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감했던 지난해 9월 중국 관광객이 대만에서 사용한 모바일 결제(위챗패이) 금액은 오히려 상승했다는 것이다. 개별 자유여행 관광객 수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중국인은 개인적으로 대만을 관광할 수 있지만, 대만 정부가 요구한 일정 자격을 갖춘 후 관계 기관에 신청·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중국인 관광객의 대만 개별 자유여행 신청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1%가 늘었다. 게다가 개별 관광객이 대부분 경제적 수준이 높은 대도시 출신자여서 대만 여행시 소비액이 높아지는 경향도 뚜렷했다.
위챗패이의 모회사인 텐센트국제업무 대만·홍콩 담당 판공실 주임은 대만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의 모바일 결제 시장 개방과 중국 관광객의 자유여행 선호 추세에 따라 개별여행이 대만 관광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월 국경절 연휴 기간에도 중국인 개별 관광객 수 증가세는 이어졌다.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인 10월 1~4일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전년도 같은 기간 보다 20.4%가 줄었지만, 자유여행 개별 관광객 수는 7.2%가 늘었다.
2016년 전체 기준으로 보면 중국인 전체 관광객 중에서 단체관광객은 2015년보다 20%넘게 줄었지만, 개별 자유여행객 감소폭은 2.0%에 그쳤다.
대만 관광업계가 이처럼 중국발 충격에서 벗어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대만 정부의 '투(two) 트랙' 전략 덕분으로 풀이된다. 중국 대륙 단체 관광객 대신 '싼커(散客)'로 불리는 자유개별 여행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일본·한국·동남아 등 다른 국가 관광객 자원 개발에 노력한 결과다. 중국인 전체 관광객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다른 나라에서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관광업계가 빨리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대만 정부는 제3국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중국인 개별 자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난해부터 각종 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일례로 대만 교통관광국은 지난해 9월 중국인 개별 관광객이 대만을 방문하는데 필요한 각종 조건과 자격을 완화하는 내용의 방침을 발표했다.
15일로 제한된 중국인 개별 관광객 대만 체류 기간을 30일로 늘리고, 재산 증명 기준액도 줄이기로 했다. 여행사에 제출해야 하는 보증금도 대폭 낮추고, 대만 방문 개별 중국인 관광객 1일 쿼터도 30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린 후 단계적으로 추가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중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중국인이 대만에서 개별 자유여행을 할 수 있는 지역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중국 47개 도시 출신의 중국인만 대만에서 자유여행을 할 수 있다.
대만 교통부관광국은 중국 개별 자유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각종 지원과 프로모션도 추진하고 있다.
관광업계의 중국 내 관광홍보 행사 지원, 중국인 여행 전문가와 왕훙(인터넷 생방송 스타) 초청을 통한 대만 관광 홍보, 중국 인기 프로그램의 대만 현지 촬영 유치 확대, 중소도시 개별 관광객 개발 프로모션 등 중국인 ‘싼커’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