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에 특검 모두 흥분…보강수사가 차라리 ‘다행’
안종범 수첩·朴대통령 차명폰 등 결정적 증거 발견
[뉴스핌=김기락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구속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1차 구속영장청구 시 구속됐다면 무죄 나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는 3일 기자단과 만나 “보강수사를 시작했는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결정적 증거들이 딱딱 나왔다. 보강수사한 게 다행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결정적 증거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첩이라든지, 대통령 차명전화 같은 것들”이라면서 “수사 결과 때 다 발표하겠지만 대통령 차명폰 근거도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 특검보는 “1차 영장 때는 수사팀에 자신감이 엄청났다. 무조건 영장 발부된다고 확신할 정도였다”며 “그런데 법원에서 기각해 다들 흥분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모두 격앙된 분위기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지난해 2월 (박 대통령과) 독대가 결정적이었는데 삼성이 로비한 내용들이 안종범 수첩에 고스란히 들어있었다”면서 “블랙리스트 수사를 하다 그게 나와서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수사를 확대한 것”이라고 했다.
3일 수사기간이 종료된 특검이 6만여쪽의 수사자료를 검찰에 넘긴다. 수사자료에는 삼성 뇌물 관련 자료와 블랙리스트 관련자료가 담겨 있다. 이날 오후 이규철 특검보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특검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박 대통령을 세 차례 독대하고 최순실씨 모녀 지원 및 본인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요청 등을 논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수첩 39권 중 두 번째 독대부터 이 부회장 측에서 요구사항을 전달한 사실이 단어 형태로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특검은 1월 19일 이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되자, 보강수사를 거쳐 2월 17일 영장을 발부받았다. ‘영장 발부될 때까지 다시’라는 박영수 특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3일 수사기간이 종료된 특검이 6만여쪽의 수사자료를 검찰에 넘긴다. 수사자료에는 삼성 뇌물 관련 자료와 블랙리스트 관련자료가 담겨 있다. 이날 오후 박영수 특별검사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크게 두 고리가 있다. 하나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고 또 하나는 정경유착이다. 특검팀은 최순실은 물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나라를 개선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재벌기업 수사에 대해 “특검팀도 전(全) 기업을 다 수사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대표적인 기업들을 엄정 수사해서 경종을 울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최순실의 위세에 눌려 삼성이나 기업들이 자금을 준 것으로 축소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오는 6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종합 수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