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성웅 기자] #최근 이모(30, 대학원생)씨는 스팸 메시지를 한통 받았다. 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 메시지여서 바로 삭제하려다가 한 문구가 눈에 띄였다. '탄핵 토토 개설. 베팅 폭주 중'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두고 도박이 진행된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는 가운데, 온라인에서 일명 '탄핵 토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임에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인지라, 자칫 범법자와 피해자가 속출할 수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포털에서 '탄핵 토토'를 검색하면, 각종 불법 도박 사이트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들은 대부분 선정석인 사진을 내걸고, '아는 사람들만 아는' 용어를 이용해 불법 스포츠 토토를 홍보하고 있다. 기본 골자는 스포츠 경기로 하는 도박이지만, 개중엔 탄핵 소추안 인용여부를 두고 돈을 걸 수 있다는 문구도 있다.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서도 이러한 사이트의 주소는 유포되고 있었다.
이러한 불법 사이트들에선 이용자들이 각각 '인용', '기각', '각하'에 돈을 걸고 있다. 배당률만 보면 인용이 1.12배, 기각이 2.54배, 각하가 4.31배로 설정돼 있다.
즉, 이용자가 각하에 1000원을 걸어서 적중했을 경우 4310원을 되돌려 받는 구조다. 돈을 거는 사람 수에 따라 배당률은 실시간으로 변동된다.
불법 사이트에선 종종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도박의 소재로 사용돼 왔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들어갔을 때도 도박이 진행됐다. 당시엔 가부로 나눠 돈을 걸던가, 찬성 의원수를 맞추는 방식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캡쳐 |
최순실씨의 재판 결과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 여부를 두고도 도박이 진행됐다.
메시지를 받았다던 이씨는 "혼란한 국정까지 도박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라며 "국민들의 관심이 모이는 것은 이해가지만, 불법이기 때문에 링크도 눌러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과거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피해를 봤다는 조모(37·회사원)씨는 "불법 사이트 이용 자체도 불법이거니와 적중한다고 해도 돈을 되돌려 받기 힘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사설 도박 사이트는 개설부터 운영, 이용까지 모두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도박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외국에선 오래전부터 정치 사안을 두고 합법적인 도박이 진행돼 왔다. 지금도 영국의 합법 사설 도박사이트인 래드브록스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주재인 도박이 개설돼 있다.
이에 따르면 임기를 다 마치는 것은 배당률이 1배, '1분기 내에 집무실을 떠난다' 는 0.8배의 배당률을 보이고 있다. 선택지 중엔 '2017년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도 있는데 배당률이 무려 20배에 달한다.
래드브록스 홈페이지 |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