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영업이익 하락에도 영업외수익 급증
펀드ㆍ부동산 수입 증가.."서울 소주시장 재공략"
[뉴스핌=전지현 기자] 경남지역 소주기업 무학이 전반적인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부업인 펀드와 부동산 사업이 본업인 소주사업 부진을 메꿔줬기 때문으로, 수도권 소주시장 재도전이 주목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학은 지난해 영업외수익과 당기순이익이 409억원과 6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보다 139%(238억원), 113%(327억원)나 증가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무학은 지난해 매출이 처음 역신장하며 영업이익도 줄었다는 점이다. 무학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702억원으로 전년보다 256억원 줄었고, 영업이익 역시 138억원 줄었다. 즉, 주류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본업보다 부업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학의 영업외수익이 증가한 것은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평가손익과 부동산 투자가 주효했다. 무학은 2006년 179억원으로 ELS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1000억원 안팎을 유지하던 투자금이 2013년 1425억원, 2014년 2450억원, 2015년 2882억원, 2016년 258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무학이 지난해 ELS에 투자한 금액은 회사 총자산 6037억원 중 42.8%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무학의 장기금융자산이 285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건물 등에 해당하는 유형자산(2078억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산을 ELS에 집중투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 투자 판단은 성공한 듯 보인다. 지난해 무학이 ELS로 거둬들인 손익은 영업외 수익 71%에 해당하는 291억원으로, 이는 영업이익의 56%에 달할만큼 큰폭의 수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ELS로 쏠쏠한 재미를 본뒤 지난해부터는 해외부동산 투자에도 나섰다. 무학은 지난해 3분기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에 70억원을 투자한 반년만에 약 5000만원의 평가손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무학은 ELS를 제외한 나머지 영업외 수익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통한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통해 거둬들이고 있다. 무학이 투자부동산으로 분류한 현재 총자산은 75억원. 지난 2015년 진해 땅을 통해 약 300억원의 매각차익을 이룬 경험이 있는 만큼 이 투자부동산 역시 보유하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 매각해 시세차익을 보인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영향에 무학의 영업이익과 영업외수익 비중은 2014년 72:28에서 지난해 56:44까지 변동됐다. 주류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한 최근 2년새 본업보다 부업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무학은 부동산과 펀드로부터 거둬들이는 영업외수익이 커지면서 주류회사라기보다 투자회사라는 말까지 나도고 있다"며 "최근 본업인 소주사업이 전반적인 소비침체 및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위축되는 상황에 부업으로 이를 만회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역에 국한됐던 무학은 지난 2015년부터 수도권 진출에 나섰지만, 안방에서 벗어난 무리한 영토확장 시도가 실패로 돌아왔다. 여기에 국내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도입 여파가 더해지며 전국구 소주업체 하이트진로에 텃밭만 내주고 말았다.
다만, 올해는 본업인 주류부문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월 리모델링 및 신규 생산설비 설치를 위해 생산을 중단했던 울산공장이 3일부터 재가동됨으로써 주류시장에서도 탄력을 보일 것이란 회사측 기대다.
무학 관계자는 "울산 공장은 생산량보다는 제품품질 증가에 촛점을 맞췄다. 2010년부터 생산시설고도화를 추진해 왔는데 올해까지 전시설이 향상된 것"이라며 "올해는 서울지역 면대면 영업을 중심으로 뛰어난 제품 품질을 알리며 시장확대를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