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생사의 갈림길에서 내가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직관이야.”
바다(영화 ‘명량’) 건너 산(영화 ‘대호)을 넘어 또 한 번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이번엔 선거판 한가운데다.
배우 최민식(55)이 신작 ‘특별시민’을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대한민국 선거판을 적나라하게 그린 ‘특별시민’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최민식은 현 서울 시장이자 새로운 시장 후보 변종구 역을 맡았다.
“처음에는 본격 정치 드라마가 기획된다는 데 솔깃했어요. 이런 이야기가 너무 고팠거든요. 그래서 바로 감독을 만났고 초고를 함께 디벨롭(develop) 시켰죠. 그게 거의 3년 전쯤이네요. 근데 개봉을 하려고 보니 나라 상황이 이렇게 된 겁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고 하는 분도 있지만, 이미 피로도가 쌓인 관객이 이걸 또 극장에서 볼까 걱정스럽기도 하죠.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가 더 세게 가도 될 뻔했습니다(웃음).”
극중 최민식이 열연한 변종구에 대해 설명을 곁들이자면 이렇다. 겉으로 보면 오직 서울만 사랑하는, 발로 뛰는 서울 시장. 하지만 실은 어느 정치인보다도 최고 권력을 지향하며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정치 9단’, 능구렁이 중 능구렁이다.
“누군가를 염두에 두진 않았어요. 우리 영화는 정치판, 정치 풍토에 관한 비판의식을 갖고 만든 영화지 특정 정치인의 일대기를 담은 전기 영화, 혹은 특정 정치인을 욕하고자 만든 게 아니니까요. 게다가 누구를 참고하면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메시지, 주제의식이 좁아지죠. 그 사람의 궤적에 갇혀버리는 되게 위험한 일이에요. 물론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재미가 없고요. 그러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시장을 만드는 거죠.”
그렇게 최민식은 직접 변종구를 빚어나갔다. 그간 정치인, 정치계로 알게 모르게 받아왔던 스트레스를 하나하나 끄집어내면서, 최민식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모든 기억, 잔상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난도질했다.
“저는 변종구가 대단히 나쁘다고 봐요. 특히 그 고깃집 신을 생각해보세요. 변종구는 과거를 돌아보고 자기의 삶을 반추해요.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죠. 그래서 더 나쁜 놈인 겁니다. 보통 살다가 흔히 옛 추억에 젖잖아요.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반성도 하게 되고요. 자신을 돌아보면서 회한할 때 사람이 사람다워지거든요. 근데 변종구는 그 과정을 거치고 또 반복해서 욕심내죠.”
인터뷰 중간중간 최민식은 “새로운 것이 너무 고프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지금껏 매 작품이 도전이었는데 여전히 그는 해보고 싶은 연기가 수두룩하다. 오히려 경험이 쌓일수록 장르는 더 확장되고 캐릭터는 더 파격적이다.
“‘괜찮을까? 할 수 있을까?’라는 신중함이 ‘에라 모르겠다’로 바뀌었죠(웃음). 다 해보고 싶어요. 요즘엔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등 판타지물을 하고 싶죠. ‘미녀와 야수’(2017)의 야수처럼요. 물론 멜로도 하고 싶어요. 그건 항상 목 놓아 기다리죠. 격정 멜로, 혹은 걱정 멜로(웃음). 자신감은 아니고 여유가 생긴 듯해요. 나이 먹기 전에 더 경험해보고 싶은 거죠. 나이가 들면 접해볼 장르나 캐릭터가 줄어들 테니까요.”
여전히 ‘욕심쟁이’를 자처하는 그의 차기작은 영화 ‘침묵’이다. 세상을 다 가진 남자 임태산(최민식)의 약혼녀이자 유명 여가수가 살해되고 유력 용의자로 그의 딸이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해피엔드’(1999)를 함께한 정지우 감독의 신작이다.
“오랜만에 (정)지우 (감독) 만나서 너무 반가웠죠. 걔가 벌써 오십이 넘었더라고(웃음). 아무튼 좋았어요.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요. 몸은 풀었으니 이제 지우의 메인이벤트가 시작되겠죠. 이 아이의 머릿속에 뭐가 들었나 열어 보는 거예요. 전성기라고요? 하하. 그냥 복에 겨운 거죠. 후배와 동료가 찾아주는 거니 전 행복한 놈입니다. 그래서 늘 고마워요.”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