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최순실 딸 정유라가 이긴걸까?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해외 도피 생활을 해온 정 씨가 한국에 들어와 자유인이 됐다.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정 씨를 지명수배했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사건을 인계받은 검찰은 정 씨 자진 귀국 의사에 정 씨가 있는 네덜란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 씨를 체포하기 위해서였다. 국정농단의 주인공들이 연일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정 씨 귀국에 국민적 관심이 한층 가열됐다.
적색수배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범죄인에 대해 인도를 목적으로 발부된다. 요청 기준은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 중간급 이상 조직폭력배, 50억원 이상 경제사범 등이다.
검찰은 체포한 정 씨를 수사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기각했다.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3일 새벽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춰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와글와글하다. 덴마크에서 도피 우려로 정 씨를 잡아뒀는데, 왜 구속 시키지 않았냐는 게 골자다. ‘정유라=구속’이란 기대가 뒤집어진 꼴이다. 이건 영장을 발부 여부를 판단하는 강 판사에 맡기는 게 옳다고 본다.
검찰에 대한 질타는 더 세다. 중죄인처럼 다룬 정 씨가 풀려났으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부실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이 정 씨 송환 후 몇 시간 동안만 수사했을까? 그렇다면 그 전에는 무슨 수사를 했는지 되묻고 싶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서? 도주의 우려가 있어서? 정 씨를 구속수사해야한다는 논리는 마치 어린 애들이 사탕 먹고 싶어서 사달라는 응석 같아 보인다.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와 불구속기소 사이에서 고심이 크겠지만, 현재로선 검찰이 정유라한테 졌다.
정 씨를 한국에 데려오기까지 쓰인 비용은 2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 항공료를 비롯해 검사와 수사관 등 5명의 호송팀이 쓴 비용이다. 21살짜리 여자를 데리고 오는 데 5명씩 간 이유는 뭔가? 정 씨가 옆에 조폭이라도 동원했을까봐?
돈이 아깝다. 국민 혈세가 아깝다. 검찰한테는 사탕 하나도 아깝다. 문재인 대통령은 단 1원의 국가예산도 일자리를 만드는 데 쓰겠다며 보통 사람의 행복을 바라고 있는데, 새 정부와 검찰의 행보는 여전히 커보이기만 하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