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해진, 송강호, 류준열, 장훈 감독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택시운전사'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뉴스핌=장주연 기자] “우린 비극이 아닌 희망을 말합니다.”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는 영화 ‘택시운전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메가폰을 잡은 장훈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이 참석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 알려졌다시피 5·18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했다.
이날 장훈 감독은 “‘택시운전사’는 평범한 택시 기사와 독일 기자, 두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이는 광주 이야기다. 한 평범한 개인이 시대의 위험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기 일을 잘 해낸 일이라는 점이 그간의 1980년 광주를 다룬 영화들과의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출 계기를 묻는 말에 “2003년 피터 기자가 광주 시민과 택시운전사가 없었으면 취재 영상이 알려지지 않았을 거라고 한 말에서 출발했다. 보편적 소시민으로 광주에 동행한 택시기사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야기의 중심에 선 택시운전사 만섭은 충무로 대표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가 연기했다.
하지만 그 역시 출발까지 고민이 많았다. 부담감에 출연을 한차례 거절하기도 했다. 송강호는 “너무 아픈 현대사를 다루고 있어서 부담감 됐다. 그 큰 역사를 제 자신, 송강호라는 배우가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점점 더 커졌다. 힘들겠지만 뜨거움과 열정, 열망 이런 것들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배우 송강호가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택시운전사' 제작보고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정 많은 광주 택시기사 황기사, 태술은 유해진이 연기했다.
유해진은 “어렸을 때 생각해보면 집에 손님이 오면 엄마가 없는 살림에 뭐 내오고 그랬다. 그런 마음을 표현했다”고 설명하며 사투리 연기에 관해 “제 고향이 충청도인데 얼핏 전라도 사투리와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어설픈 흉내를 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택시 기사로 나왔던 분 중에 광주 분이 계셔서 매번 체크받았다”고 회상했다.
광주의 꿈많은 대학생 구재식 역의 류준열은 더한 어려움(?)이 있었다. 광주 사투리에 영어 연기까지 소화해야 했기 때문.
류준열은 “재식이 유일하게 영어를 쓰는 인물이다. 그래서 감독님과 영어를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나 대화를 많이 했다. 외국에 한 번 도 안나간 친구, 팝송과 영화로 영어를 공부한 친구가 하는 영어를 표현했다”면서도 “지금 생각하면 (만섭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광주를 취재하는 독일기자 피터 역을 맡은 토마스 크레취만 이야기는 장훈 감독이 대신했다.
장훈 감독은 “출연한다고 할 때 저도 놀랐다. 독일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독일 에이전시에 연락했을 때 하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영문 시나리오를 보냈더니 배우가 만나기를 원했다. 그러고 미국 토마스 집에 갔다. 설득하러 간 건데 배우가 작품 취지에 너무 공감해주고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표현해줬다. 오히려 대접받고 왔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장훈 감독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택시운전사'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안 될 것이라 생각했던 행운은 또 일어났다. 영화 초반 삽입곡으로 1979년에 발표된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사용하게 된 것. 만섭 캐릭터를 설명하는 동시에 시대 안으로 관객들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최적의 곡이라 생각했지만, 평소 조용필이 자신의 노래를 영화 삽입곡으로 사용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주위의 말들이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조용필은 흔쾌히 응했다.
송강호는 “시나리오를 보고 허락해주신 거 같다. 개인적인 팬으로 한국영화에서 명곡을 신나게 흘러나오는 것은 관객 입장에서는 굉장히 반가운 일”이라며 “그 시대에 가장 대표적인 곡이고 전 국민 사랑했던 곡이라 그 시대의 전체적 분위기나 공기 이런 것들을 아주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좋은 효과가 아닐까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송강호는 “이 영화는 비극과 아픔을 되새기자는 것이 아니라 크든 작든 희망을 이야기한다. 포스터의 만섭의 환한 웃음이 이 영화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면서 “배경이 아픈 역사가 소재라서 관객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혹은 무겁게 받아들일까 걱정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기분 좋게 영화 한 편 본다고 생각하면 훨씬 더 많은 감흥이 있을 것”이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한편 ‘택시운전사’는 오는 8월 개봉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