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호 “구속사유와 필요성 인정하기 어렵다”
검찰 추가확보한 범죄수익은닉 통하지 않아
[뉴스핌=김기락 기자] 법원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두번째 구속영장마저 기각하면서, 검찰이 추가로 수사한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통하지 않게 됐다.
당초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최 씨의 추가 기소 등을 결정한 만큼, 정 씨 구속영장 발부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영장 기각으로 인해 검찰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체면을 구기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0일 “추가된 혐의를 포함한 범죄사실의 내용, 피의자의 구체적 행위나 가담정도 및 그에 대한 소명의 정도, 현재 피의자의 주거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삼성 측의 지원 사실을 숨기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어머니가 한 일이라 모를 뿐"이라는 정씨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정 씨 귀국 직후 조사에 착수, 지난 2일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이튿날 기각됐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춰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이형석 기자 leehs@ |
이후 검찰은 보강조사를 거쳐 정 씨의 기존 혐의 외에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했다. 정 씨의 전남편과 보모, 마필관리사 등 주변인물을 소환 조사하며 수사 강도를 높였다.
삼성이 정 씨에 지원한 말 살시도와 비타나V, 라우싱을 명마인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하는 과정에 정 씨가 가담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2월28일 이 부분에 대해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최 씨를 추가 기소했다.
게다가 정 씨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전화통화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영장 발부로 결정되는 듯 했다. 그동안 정 씨는 ‘나는 모르는 일, 엄마가 시켜서 한 일’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정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뇌물수수 혐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위해 특검 수사팀장 출신인 윤 지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다. 이 때문에 ‘국정농단의 최대 수혜자’로 불리는 정 씨를 두 번 놓친 윤 지검장으로선 적지 않은 리스크를 안게 됐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