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주민소송제 신설 뒤, 새정부 소송대상 확대
[뉴스핌=김기락 기자] 앞으로 국가가 위법한 재정 활동을 할 경우, 국민들이 소송할 수 있게 된다. 또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인 집단소송제를 시행, 강력한 소비자 보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국민이 직접 소송할 수 있는 국민소송제를 처음으로 도입·시행하기로 했다.
국민소송제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국가 예산이 잘못 사용될 때 이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민이 나라에 세금을 내기 때문에 ‘납세자 소송제’로도 불리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의 재정 집행에 대한 국민들의 감시와 통제가 강화돼 공무원들의 재정 운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제도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법과 제도 개편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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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국민소송제 도입은 지난 2003년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참여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검토를 통해 12대 국정과제의 재정세제개혁과제 중 하나로 국민소송제를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지자체법 일부를 손봐 2006년 1월 주민소송제가 새로 생겼다. 주민소송제는 지자체의 위법한 재정 집행에 대해 지역 주민이 자신의 개인적 권리·이익의 침해와 관계없이 소송을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소송 대상이 지자체로 제한됐으나 이번 국민소송제 도입을 통해 중앙정부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최순실 예산’ 논란이 국민소송제 도입에 촉매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법개정에 따라 부정축재한 최 씨 재산도 환수되게 된다.
이와 함께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현재는 소액 투자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증권 분야만 시행되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기업 등에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을 하지 않은 나머지 소비자들도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때문에 옥시 가습기 살균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등 사건에 피해보상 길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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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사진=블룸버그> |
법조계에서는 집단소송제와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범위를 확대해야 집단소송제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해자의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해야 범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단적으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은 2015년 전 세계에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불거지자, 이듬해 미국 소비자에게 12조원을 보상했으나, 국내 소비자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폭스바겐코리아는 올 하반기 출시할 신차를 환경부에 인증 신청을 하는 등 국내 사업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 소송을 담당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해 “소비자들이 일일히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도 피해 보상 등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다만 모든 증거는 기업이 갖고 있는 만큼, 변호사가 상대 측 증인을 불러 신문할 수 있는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 등도 도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는 고의 또는 악의적인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징벌적 성격을 가진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관련해선, “자동차 교환·환불·리콜 등이 포함된 독립입법 형태로 가칭 ‘자동차 교환·환불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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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 가습기살균제 살인기업 옥시·세퓨의 피고인들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전달하기 전 기자회견 하는 모습. [뉴시스] |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