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부문 피해 우려
[뉴스핌=이영기 기자]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일방적인 대 러시아 추가 제재 추진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서 주목된다. 에너지 산업 등 EU의 피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등에 따르면, EU측은 미국 대선에 개입에 상응하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조처가 EU의 에너지 산업 등에 피해를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EC) 위원장이 미 의회가 논의 중인 러시아 추가 제재가 도입될 경우 유럽의 에너지 기업 등이 입게 될 피해와 대응책에 대한 긴급 검토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2일 미 하원은 러시아-북한-이란에 대한 새로운 제재 법안을 오는 25일 일괄 처리키로 결정했다.
EU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노드 스트림2 프로젝트 등 에너지 부문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도 그 파급이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EU는 "새로운 제재가 철도, 금융, 해운, 광업 등의 분야에서 러시아 기업들과 연관된 많은 유럽 기업들에게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EU는 "러시아 제재에서 새로운 조처를 내릴 때엔 파트너 간의 조율이 중요하다"며 "만일 미국이 EU가 우려하는 부분을 담은 제재를 고려한다면 며칠안에 대응조처를 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독일 등 EU 내 기업들에 대한 제재로 이어질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통한 모든 가능한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EU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미국의 러시아 추가 제재가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의 '노드 스트림 2'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독일 사이를 잇는 노드 스트림 2 파이프라인은 독일이 깊게 관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PP/뉴시스> |
프랑스 엔지, 영국 로열더치셸 등 대형 유럽계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어 이 프로젝트의 성패는 EU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다. 미국 의회가 이 파이프라인을 제재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불거지며 EU 내에선 일찌감치 이에 대한 우려가 고조돼 왔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이날 의회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법안을 처리키로 한 데 대해 일단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한 방송에 출연해 "정부는 러시아를 강경하게 대하는 것을 지지하고, 특히 러시아 제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는 의회가 러시아 제재 법안을 원안대로 처리하지 않고 완화하도록 로비를 벌여온 백악관의 기존 입장과는 크게 달라진 반응이다.
지난달 14일 상원을 통과한 러시아 제재 법안은 대통령의 일방적 러시아 제재 해제나 대 러시아 정책 변경을 의회가 저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러시아 정보기관과 군부, 에너지·운수기업 등이 저지르는 부패와 불법 금융 행위를 추적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
이 법안에 대해 트럼프 정부는 러시아를 상대할 때 외교적 입지를 축소한다며 내용을 수정하고 완화하라고 요구해왔다.
샌더스 대변인은 "법안의 원안은 부실하게 작성됐지만, 하원과 상원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정부는 의회가 추진하는 제재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현재 법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