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윤석열 임명으로 檢 개혁 초반 가속도
안경환 낙마로 주춤, 최근 인사로 진용완비
국정농단·댓글 사건·방산 비리 수사 시험대
내부에선 기소권분리 반발 기류…고뇌의 檢
[뉴스핌=김기락 기자]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촛불민심의 지지 속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과 반부패 개혁,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 무소불위 권력, 검찰의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당면 숙제다. 검찰개혁을 주장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권의 풍운아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앉히면서 검찰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 [뉴시스] |
그러나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개혁의 동력은 잠시 주춤했다. 그런 가운데 비검찰 출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서 새 정부가 검찰개혁 진용을 구축했다. 이제 검찰이 가시적인 개혁 성과를 만들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법무부는 지난주 대대적인 중간간부 인사를 통해 적폐청산을 위한 검찰 조직을 완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대표 공약으로 걸었다. 이를 통해 적폐를 청산하고,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및 지방분권에 따라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추진 등을 이행하기로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 80% 이상이 공수처 신설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에서 보듯, 국민 대다수가 신속하고 강력한 검찰 개혁을 원한다”라며 “개혁위원회에서 마련한 개혁안으로 새로운 검찰을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출범한 위원회는 앞으로 법무부의 탈검찰화, 공수처 설치, 전관예우 근절, 검찰 인사제도 공정성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해 오는 11월까지 ‘법무·검찰개혁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런 검찰 개혁의 핵심은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이끈다. 이금로 법무차관과 문무일 검찰총장 등은 현장을 지휘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주요사건들에 대해 수사·기소 전반에 걸쳐 외부전문가들이 심의하도록 하는 ‘수사심의위원회’ 도입 등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
그런가 하면 문재인 정부 100일 동안 검찰의 변화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을 비롯해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방산비리 등 지난 정부 수사로 요약된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원이 인터넷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린 것이 국정원 적폐청산 TF를 통해 드러난 만큼, 관련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일부 자료를 지난주에 받았고, 이르면 이번주 자료 전체를 넘겨받을 예정이다.
특히, 댓글 조작이 불거진 2013년 당시 수사를 맡은 윤석열 수사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 수뇌부의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정원 댓글사건 재수사는 이명박 정부의 ‘윗선’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 내부 조직도 수사력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특수통’ 출신인 박찬호 검사를 임명했다. 박찬호 2차장은 지난해 1월 시설된 방위사업수사를 맡아왔고,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시킨 한동훈 부장검사를 3차장으로 임명하는 등 ‘윤석열 체제’를 구축했다.
다만,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분식회계 의혹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한달이 지났으나 핵심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이 공개수배 중인 KAI 전 직원인 손승범 씨의 행방이 묘연하다.
법조계는 문 대통령 취임 후 100일 동안 검찰이 빠르게 변화된 만큼, 고뇌 역시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함께 대형 수사건이 많은 상황”이라며 “검찰 개혁이 이제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고 전했다.
더욱이 공수처 신설에 검찰 내부 반응은 미온적이다. 문무일 총장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등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만 했을 뿐이다.
안에선 개혁을, 밖으로는 대형 수사를 맡아야 하는 검찰의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