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급등 따른 차익실현 및 북한 리스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의 주식과 채권 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을 이뤘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표면적인 빌미로 동원됐지만 실상 추가 상승에 대한 회의론이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18일 시장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한 주 사이 신흥국 주식 펀드에서 16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중국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신흥국 채권펀드에서도 같은 기간 7900만달러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신흥국의 주식펀드는 22주만에 자금 유출입에 반전이 일어났다. 적극적인 ‘사자’가 몰리면서 MSCI 이머징마켓 지수가 연초 이후 23% 급등한 가운데 자금 유출이 이어질 경우 주가 추세 역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다.
관련 펀드가 올들어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거두면서 차익 실현 움직임이 번지는 가운데 북한과 미국의 거친 설전이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해당하는 신흥국 금융자산에서 발을 뺀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은 미국의 주식 및 신용시장이 하락 압박을 받은 한편 국채시장이 강세를 보인 데서도 엿보이는 부분이다.
웰스 파고 애셋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의 추가 상승 여력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캐피탈 그룹의 켄트 챈 투자 스페셜리스트는 “이머징마켓 펀드의 자금 유출은 IT와 하이일드 등 그 밖에 성장 섹터에서 나타난 자금 및 가격 추이와 같은 맥락”이라며 “투자자들이 평가차익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에 나선 데 이어 대차대조표 축소를 저울질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을 축소할 뜻을 밝혔지만 연초 이후 신흥국 주식과 채권 펀드로 900억달러를 웃도는 자금이 밀려 들었다.
대규모 자금 홍수를 감안할 때 최근 발생한 유출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 경제가 올해 4.3% 성장한 뒤 내년 4.8%로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인한 정치권 리스크 및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지만 신흥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만큼 자금이 ‘유턴’할 것이라는 기대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