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채널 통해 불안감 가중…통상당국 '무대응'
폐기하면 미국 손해도 클 것…전문가들 "엄포용"
협상 원하며 불안감 고조…트럼프·김정은 '닮은꼴'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도 한국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발언을 놓고 그 진의가 무엇인지 주목되고 있다.
한미 FTA를 폐기하려면 미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점과, 미국 내에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종의 '엄포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공식 채널에선 "폐기" 언급 안해…엄포용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한미 FTA 폐기를 지시했느냐'는 미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 "그렇다. 분명히 염두에 두고 있다"며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지시에 대해 다수의 백악관 참모들이 반대하고 있어 백악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단 공식적인 협상채널을 통한 발언이 아니므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감안할 때 비공식채널을 통한 발언까지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고 자칫 미국의 협상전략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는 "공식적인 협상채널을 통해 전달된 입장이 아니다"라며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미국 측은 지난달 22일 한미 FTA 공동위 회의에서 개정협상의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폐기'라는 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이후 한미 정상의 통화에서도 '폐기'라는 말인 언급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FTA를 폐기할 경우)미국도 손실이 불가피해 미국 내에서도 한미 FTA에 대대 입장이 엇갈린다"면서 "트럼프가 한국에 대한 압박카드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북핵 도발 속 불안감 가중…"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어"
하지만 최근 북한이 사상 최대의 핵 도발을 감행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어 한미 양국의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한국 측도 협상의 원칙을 고수하되 미국을 불필요한 언행으로 미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FTA 폐기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대응할 계획"이라면서도 "미국 측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3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를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
일각에서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협상 전략이 일면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화(협상)를 원하면서도 그 반대로 갈등을 고조시키는 일종의 '성동격서' 전략이 동일하다는 것.
실제로 핵 도발을 감행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이며, 트럼프가 진정 원하는 것도 한미 FTA 폐기가 아니라 재협상이라는 해석이다.
따라서 한국의 통상당국과 국민들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불안감을 확대하는 것은 상대방의 전략에 말려드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전문가는 "협상전략에 있어 트럼프와 김정은은 비슷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우리 통상당국과 국민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