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폐기' 발언 예의주시
[뉴스핌=정탁윤 기자] 재계가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빠졌다. 지난 주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발언에 이어 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까지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기아차도 노조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했다. 나라 안팎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처한 상황이다.
재계는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증가로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 핵실험과 한미 FTA 문제에 대해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재계는 남북간 긴장상태를 높이는 납득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하는 한편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다른 한편 현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본연의 활동을 수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북한의 반복되는 핵실험은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할 뿐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고 핵실험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경제계는 이번 사태에도 불구 흔들리지 않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투자와 고용 등 기업 경영활동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끌려갈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답답한 상황"이라며 "재계는 정부가 잘 대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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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폐기 문제에 대해서도 일단은 미국의 협상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실제 폐기될 경우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한미FTA 폐기를 하려면 미국 의회 승인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선 협상용 카드인지 차분하게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추후 우리 정부 대응이나 이번주 트럼프 행정부의 또다른 액션이 나오기 전까지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자동차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수입관세 2.5%가 다시 적용되면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그럴경우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판매량 감소에 직면한 자동차 업계 전체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철강업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덤핑관세 부과로 미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힌 상태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정부와 함께 미국의 전방위적인 수입 규제 강화 방안에 대해 공동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국내 철강수출량의 1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향후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한미 FTA나 반덤핑 규제 이슈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휴대폰·부품 등은 한미FTA와 무관한 무관세 품목이어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반면 가전제품 대부분은 FTA 양허 품목이어서 FTA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실질적인 피해는 없지만 자동차산업이 위축될 경우 자동차 내장재 관련 매출에 영향이 있다. 조선·항공·해운업계 역시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미국 수출 감소에 따른 2차 피해가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