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 북문~낙원상가 어르신 락희거리
거리 내 의자·무대 등 시설 부족 문제 지적
위생상태와 노숙인 잦은 마찰 해결할 과제
낙원상가서 종로2가까지 송해길과 착각도
[뉴스핌=황유미 기자] "럭키걸? 락희골?" (락희거리요) "잘 모르겠는데."
탑골공원 정문에서 만나 남기선(남·72)씨는 공원 북문 바로 앞에 조성된 어르신 특화거리 '락희거리'에 대해 처음 듣는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남씨는 "락희거리 인사동에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며 "노인 특화거리는 '송해거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일 오전 11시 한산한 락희 거리. 바로 인근 탑골공원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이 락희거리에 대해 몰랐다. 황유미 기자 |
신모(남·71)씨도 "락희거리는 처음 듣는다"며 "내가 이 근처에서 몇 년을 보냈는데, (북문 쪽을 가리키며)저기 넘어가면 다 송해거리다"고 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2억6000만원을 들여 노년층 특화거리인 '락희거리'를 조성했다. 복고풍에 노인 우선 화장실, 생수 무료 제공 등의 편의 요소를 갖췄지만, 정작 주인공인 노년층은 거리에 대해 알지 못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인근에 거주하는 노숙인들과 마찰도 락희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가 조성한 '락희거리'와 종로구청이 만든 '송해길'은 다르다. 락희거리는 탑골공원 북문에서 낙원상가까지 80m 남짓의 거리를 지칭한다. 거리 내 상점의 간판들도 복고풍으로 꾸몄고, 노인 편의 시설까지 갖춘, 말 그대로 노인을 위해 특화된 거리다.
송해길은 낙원상가에서 종로2가의 육의전 빌딩까지 240m구간으로 방송인 송해씨가 50년 넘게 종로를 중심으로 활동을 한 것을 기념해 이름 붙여진 도로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송해거리는 락희거리와 다르게 어르신 편의 시설이 따로 마련돼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송해거리를 어르신 특화거리로 이해하고 있었다. 주변에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데다 기념 공연 등도 이뤄지기 때문이었다.
결국 '진짜' 어르신 특화거리인 락희거리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락희거리의 상인들 역시 잘 조성된 거리가 알려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락희거리 이발소에서 근무하는 이모(60)씨는 "거리가 마련된지 아직 몇달 안돼서 그런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늘 오시는 분들만 온다"며 "벽에 '락희세븐7 무대'라고 적어 놨지만 실제 무대 발판도 없고 공연한 적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락희거리 입구인 탑골공원 북문 인근. 어르신들이 보도블럭이나 간이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 황유미 기자 |
락희거리를 방문한 어르신들은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벽화 앞 도로 간이의자에 앉아 계시던 임종옥(남·79)씨는 "깨끗해진 것 밖에 나아진 게 없다"며 "길에 차도 많이 다니고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노인들이 막상 가게에 들어가지 않아도 거리나 공터에 편하게 쉴 수 있는 의자 등이 마련돼야하지 않느냐는 조언이었다.
실제로 어르신들은 골목어귀나 탑골공원 북문 쪽 보도블록에 걸터 앉아있거나 플라스틱 간이의자를 이용하고 있었다.
송모(여·70)씨 역시 "여기 와 보면 할아버지들이 다 저기(탑골공원 북문쪽 보도블록)에 걸터 앉아있다"며 "공원의자 같은 것들을 좀 마련해주면 진짜 노인들을 위한 공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노숙인 문제도 해결 과제다. 정모(남·76)씨는 "저녁에는 (노숙인들이) 굉장히 많다"며 "술 먹고 자기들끼리 싸우거나 음식을 사방으로 흩뿌리거나 하는데, 경찰이 단속 나와도 몇 마디 듣고는 그냥 가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락희거리 바로 옆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김모(여·55)씨도 "깨끗해지니까 노숙자들이 더 많이 찾는 것 같다"며 "아침에 오면 가게 앞에 볼일 봐놓은 게 있을 때도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사업 초기인 만큼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홍보·유지·관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참여예산 사업 중에서 (거리) 활성화 사업으로 행사를 연다든지 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고 올 하반기에 이어갈 것"이라며 "지금의 디자인 사업은 열악했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단초역할을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관할 지역구인 종로구청 관계자 역시 "노숙인들도 인권이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함부로 내쫓을 수는 없다"며 "거주지를 마련하거나 시설로 안내하는 등의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빠른 시간 안에 되지 않는 한계는 분명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