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수출 금지·원유 수입 동결로도 "충분"
전문가들, 제재 실효성에 대해 의문 표시
[뉴스핌= 이홍규 기자] 11일(미국 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제 6차 핵실험에 대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은, 제재의 강도나 실효성 보다는 국제사회의 단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로이터통신·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안보리 15개 회원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관련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이는 2006년부터 이번이 9번째다.
◆ 신속한 국제사회 메시지 채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사진=AP통신/뉴시스> |
이번 결의안은 처음으로 북한의 생명줄로 꼽히는 원유 등 유류 관련 제재를 포함했다. 그러나 당초 미국이 주도한 초안에 담겼던 전면적인 원유금수 등 강력한 제재 방안들이 중국과 러시아와 협상과정에서 상당폭 후퇴해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강행하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엔 실질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 측이나 관련 회원국들은 이번 제재안이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라는데 이견이 없으며, 무엇보다 북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신속한 메시지 전달이란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북한이 아직 선을 넘지 않았다면서 핵 개발을 멈추기를 촉구하고, 류제인 중국 대사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이번 제재 안에 동의한 중국과 러시아 측은 다만 당사국들의 협상과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국제사회의 단일한 목소리가 신속하게 채택된 것을 높이 평가했다.
◆ 제재안, 북한 석유 수입 제한 및 섬유 수출 금지에 중점
새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원유·석유 정제품 수출의 30%를 줄여 북한의 숨통을 조이고 섬유제품 수출 금지와 북한 노동자의 고용 제한을 통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줄을 죄는데 중점을 뒀다.
우선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원유 관련 응축물인 컨덴세이트와 액화천연가스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석유 정제 제품과 원유 수출을 각각 연간 200만배럴, 지난해 수준(약 400만배럴)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북한으로 원유 등 전체 유류제품 수입이 3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석탄에 이어 북한의 최대 수출품 중 하나인 섬유제품의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북한으로 흘러가는 8억달러의 자금이 차단된다. 작년 북한의 섬유 수출액은 약 7억6000만달러 규모였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개인 및 기관 제재대상에서 빠졌다.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 개인 1명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등 3개 기관만이 제재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 인민군과 고려항공도 자산 동결 대상에서 제외됐다.북한 노동자의 해외 신규 고용시 안보리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기존 북한 노동자도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신규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북한은 전 세계에 약 5만명 정도의 노동자를 보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현재 해외에서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는 9만3000명으로 추정된다.
금수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유엔 회원국이 공해 상에서 선박 국적국의 동의하에 검색하도록 했다. 이 역시 당초 검색 의무화를 추진하던 데서 후퇴한 것이다.
이번 안보리 결의안을 종합해보면 당초 미국이 주도한 초강경 초안에서 섬유제품 수출 금지를 제외하고 상당 부분 완화됐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 결의안 채택이 결렬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절충이 불가피했지만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 압박 효과는 의문시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에 유입되는 석유량과 경로에 대한 파악이 미흡한 상황이라 제재가 얼마나 위협적일지도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또 가맹국이 매달 수출량 등을 제재위원회에 성의있게 보고할지도 미지수다. 북한군은 1년치 원유를 비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 신문은 이번 결의를 통해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제동이 걸릴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