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길거리를 지나다니다보면 맨홀 뚜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하다. 그런데 눈길조차 주지 않던 맨홀 뚜껑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딱딱한 도시에서 느끼는 소소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 맨홀 프린팅으로 예술활동을 펼치는 독일의 프로젝트 그룹 라웁드루컬린(Raubdruckerin)이 하는 일이다.
Raubdruckerin은 도시에서 맨홀 뚜껑과 같은 기하학적인 무늬가 있는 것을 프린팅하는 작업을 하는 디자인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들의 작품은 유튜브 채널 라웁드루컬린 베를린(Raubdruckerin Berlin)에서 볼 수 있다.
Raubdruckerin의 프린팅 작업은 주로 맨홀 뚜껑이 깔린 도시에서 진행된다. 맨홀 뚜껑에 잉크를 바른 후 티셔츠나 천 소재의 가방으로 찍어낸다. (잉크는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사용한다. 물을 원료로하고 있고 기름은 한 방울도 들어가있지 않았다) 티셔츠의 방향이나 크기에 따라 각기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진다.
프린트 된 티셔츠만 보면, 맨홀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화려하고 멋스럽다. 맨홀 뚜껑의 모습은 티셔츠의 디자인으로도 손색없다. 맨홀의 기능적인 면만 봤던 이들에게는 이 티셔츠가 신선하게 느껴질 법하다. 단순히 지하로 통하는 출입문이었던 맨홀에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자 작품으로 탄생한다.
맨홀 뚜껑에 잉크를 칠하고 티셔츠에 찍어내는 작업 <사진=Raubdruckerin Berlin 채널 영상 캡처> |
Raubdruckerin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Raubdruckerin의 디자이너 엠마(Emma)가 시작했다. 포르투칼에 있었던 그는 화가인 그의 아버지와 함께 맨홀에 프린트하는 기획을 세웠다. 리스본에서 첫 작품으로 'estampatampa'를 탄생시켰고 2년 후에 독일 베를린으로 떠났다. 그는 도시의 맨홀에서 영감을 얻었고 'Mitte' 'Kreuzberg' 'Neukölln' Friedrichshain' 등의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현재는 독일의 베를린을 비롯해 암스테르담, 리스본, 파리 등 유럽 전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도시의 표면과 도로의 정교함 등 도시 디자인의 일부분을 연구하고 관찰하는데 신경을 쏟고 있다. 그들이 도시에서 작업을 하는 이유는 도시가 역사와, 다양성, 창조성이을 모두 갖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맨홀 뚜껑을 프린트하겠다는 시도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맨홀 뚜껑의 디자인이 잘 되어있다면 더욱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 즉, 공공시설물에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이 움직임은 세계적으로도 일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맨홀디자인 작업을 구축했다. 지자체의 특성을 살린 디자인으로 채웠다.
국내에서도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지난해 초 서울 인사동의 맨홀 디자인이 바뀌었다. 한국의 전통 매듭 모양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맨홀에 새겨진 것이다. 또 화성시문화재단은 지난 7일 화성시의 캐릭터인 코리요를 그린 맨홀을 배치해 일상 속에서 예술과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에도 지역의 특성을 살린 디자인을 담은 맨홀이 늘어난다면, Raubdruckerin가 한국에서 예술작품을 펼칠 날을 기대해볼만 하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