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코발트·리튬 등 주요 광물자원 가격 급등
장기 악재 우려…정부 차원 대응 필요 목소리도
[뉴스핌=최유리 기자]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업계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차 증가에 맞춰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이 수익성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26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등 주요 광물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광물은 고용량 2차전지 제작에 필수적인 원료로 방전시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양극재에 쓰인다.
특히 니켈 현물 가격은 지난 22일 기준 톤(t)당 1만58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과 비교해 3개월 만에 20% 가까이 뛰었다. 지난 5일에는 1만2140달러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최근 3개월 니켈 현물 가격 변동 추이 <그래프=한국광물자원공사> |
다른 원재료 가격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발트는 t당 5만9500달러로 전년 대비 2배 가량 급등했다. 최근 2~3년 새 2만~3만 달러 사이를 오가다 올초부터 가격이 급등세를 탔다.
리튬 가격은 kg당 146달러로 전월 대비 14.5%, 전년 대비 16.6% 올랐다. 망간은 t당 1900달러로 지난달보다 7.4% 상승했다.
최근 원재료 가격이 일제히 오른 것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사건과 중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원자재 생산을 일부 국가가 과점하고 있는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코발트는 콩고가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수준을, 리튬은 호주가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니켈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이 주요 생산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니켈 최대 생산국인 필리핀은 최근 환경 보호를 이유로 광산 규제 강화에 나섰다. 콩고는 잦은 내전과 이에 따른 전력 부족으로 코발트 생산과 유통이 막힌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 개념도 <사진=환경부> |
배터리 업계에선 단기적 영향이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 원재료는 장기 공급 계약을 맺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 "그나마 공급처가 다변화된 니켈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상승 흐름이 길어지면 업계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제 막 수익을 내기 시작한 시점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지난 2분기 배터리 사업 실적 호조로 7분기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LG화학도 배터리 사업 부문이 6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배터리 원자재 공급이 힘을 받지 못할 경우 가격은 지속 상승할 수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전기차 시장은 118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2016년과 비교해 16배 성장한 규모다. 특히 유럽이 시장 확대를 이끌면서 신차 판매의 15%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증가에 따라 자원 개발 프로젝트가 다수 가동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 개발 프로젝트는 탐사에 2년, 성분 분석에 2년, 광산 개발에 4~5년 등 통산 10년 정도가 소요된다"며 "그나마 리튬은 개발 프로젝트가 많지만 코발트는 리튬보다 나중에 가격이 올라 업체들의 대응이 늦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팔을 걷어부친 중국은 자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국 생산을 늘리는 가운데 호주, 캐나다 등 해외 광산에 지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터리업체 한 임원은 "중국은 정부가 자원 개발 획득권을 얻기 위해 나서는 등 각종 지원으로 자국 전기차 관련 산업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에 비해 국내 지원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