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상대 세무조사, 어디까지 확대될지 두고 자산가들 '촉각'
8.2 대책에도 여전히 매도의지 없어.."보유하거나 증여세 내겠다"
[뉴스핌=김선엽 기자] 강남 재건축 가격을 잡겠다며 정부가 세무조사 카드를 또 다시 꺼내들었다.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국세청까지 재차 나섬에 따라, 다주택자의 부동산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하지만 강남권의 다주택자들이 여전히 매도보다는 보유나 증여를 선호하고 있어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 내 조정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 27일 국세청은 최근 가격이 오른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구입자금의 출처가 의심되는 302명을 선정해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8·2부동산대책 이후 주택시장이 안정됐지만 서울 강남, 부산 등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며 “소득이 없는데도 부동산을 사는 데 많은 돈을 들인 사람 위주로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세무조사는 지난 8월 9일 286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 이후 두 번째다. 이번 조사는 주로 거액의 자금을 들여 주택을 구매했지만 양수인의 소득 증빙이 안 된 경우다. 세무당국은 부모의 자금이 자녀에게 사실상 증여돼 양수대금으로 쓰였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이 밝힌 탈루유형을 살펴보면,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아버지로부터 시가 30억원대의 강남 반포 주공아파트를 저가에 양수받는 편법을 통해 증여세를 탈루한 경우가 있다.
또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가 신고소득이 적음에도 지난해 이후 개포 주공아파트․아크로비스타 등 총 32억원대의 아파트 3채를 취득한 사례도 있다.
세무업계에 따르면, 이번 국세청 조사에도 불구하고 강남 자산가 사이에서 아직까지 특별한 동요는 없다. 적발 사례를 보면, 어느 정도 세무조사가 예상될 수 있었던 케이스들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세무사는 "국세청이 언급한 지역에서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한 고객은 많지만 아직까지 이번 조사에 대상자라고 연락 온 고객은 없다"며 "소득 증빙이 안 되면 위험하다는 것을 고객도 잘 알기 때문에 미리미리 대비했다"고 말했다.
개포동 일대 재건축 단지 모습 |
그럼에도 일단 국세청이 다주택자를 겨냥했다는 점이 아파트에 대한 투자심리를 진정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조사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자산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황재규 신한은행 세무사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조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추가로 매수하는 것을 꺼리게 될 수 있다"며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치열 우리은행 세무사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게다가 지난 27일자로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매매거래를 하는 경우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 신고가 의무화됐는데 이는 거의 모든 거래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세무조사로 인해 강남 아파트 가격이 꺾일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음표를 던진다. 신규 매수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하겠지만, 기존 보유 물량을 시장에 내놓는 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항영 선경세무법인 대표세무사는 "지난 8.9 세무조사 이후에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며 "다른 곳은 몰라도 강남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 팔지 않고 보유하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4월 이후 중과세가 무섭다고 그 전에 양도하겠다는 고객보다는 대신 계속 보유하거나 적정한 세금을 내고 자녀에게 증여하려는 이가 많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