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후 금호타이어 매각 재추진
[뉴스핌=이지현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타이어 재인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일각에서 박 회장이 구조조정 이후 금호타이어 재매각을 추진하면 다시 우선매수권을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이를 부인한 것이다.
이동걸 회장은 29일 금호타이어 자율협약 관련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 회장과 재인수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은 없었다"면서도 "제가 생각하기엔 지금의 금호산업 형편으로 봐서는 실질적으로 재인수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이 제출한 금호타이어 자구안에 대해 기업 경영위기 해결에 미흡하다고 판단해 채권단 주도의 정상화 추진을 위한 자율협약을 의결했다.
이 회장은 "박 회장과의 면담에서 충분히 상황을 설명했고, 그 자리에서 박 회장은 기업 정상화를 위한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면서 "경영권과 우선매수권, 상표권 등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경영 정상화에 힘을 보태기로 용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구조조정 이후 다시 우선매수권을 청구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채권단이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을 박탈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포기하도록 한 것에 대해 추후 재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이 회장은 "그간 박 회장이 지역경제에 기여한 부분이나 앞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감안했을 때 조금이라도 자율적으로 참여해 경영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굳이 패널티를 주는 것이 옳지는 않다고 봐 우선매수권을 포기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또 박탈을 하더라도 그로 인한 법적 쟁점이 생기면 오히려 기업 정상화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선매수권이나 경영권 뿐 아니라 상표권은 저희가 박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면서 "그럼에도 상표권을 포기해 달라고 요청했고, 박 회장이 고심 끝에 그것도 결정했다. 나름대로 최선의 선의를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금호아시아나> |
채권단은 향후 출자전환주식에 관한 매각준칙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 이후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은 "준칙은 채권단들 간 약정을 맺은 것으로, 기업 부실을 일으킨 책임자는 우선매수권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정도의 규범"이라면서 "상법적으로 입찰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채권단들이 지분 처리 과정에서 과거에 정립된 이런 조항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금호석유화학의 입찰 가능성에 대해서도 준칙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동걸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의 입찰 가능성에 대해서는 속단할 수는 없지만, 그쪽 역시 매각준칙 대상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금호산업이나 박회장뿐 아니라 금호석유화학도 그 원칙에 따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앞으로 금호타이어의 후임 대표 선임 절차에도 들어간다.
이 회장은 "업계에 대한 이해, 회사에 대한 이해, 전문성과 리더십뿐 아니라 인품까지도 볼 것"이라며 "이는 특정인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과도 같으며, 사심을 버리고 기업 정상화에 매진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