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인식 한번으로 대출받는 시대
디스플레이 일체형 인식·사물인터넷은 지문인식의 '신세계'
복제·도용 위험?...초음파·혈류·심전도 측정으로 보완
[ 뉴스핌=성상우 기자 ] #300만원가량의 소액대출이 필요했던 직장인 A씨. 몇 곳의 시중은행을 둘러보던 중 지인을 통해 인터넷은행을 알게 됐다. 앉은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켜고 앱을 다운받은 뒤 몇 가지 절차를 거쳐 신규 계좌를 개설했다. 곧이어 대출 '신청하기'를 누르고 신용조회 등 몇 가지 사항에 동의했다. 마지막 절차로 엄지손가락을 대고 '지문인식'을 하니 잠시 뒤 300만원의 대출이 승인됐다. 계좌 개설 후 대출 승인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 지문인식 한번으로 대출받는 시대
이 상품은 현재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에서 실제로 취급 중인 '미니K 마이너스통장'이다. 앱을 실행시킨 후 해당 상품 메뉴로 들어가 '신청하기' 버튼을 터치한 후 신용정보 조회에 동의하고 엄지손가락을 홈버튼에 갖다 대면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
대출 신청 및 승인까지의 과정에서 본인 확인에 필요한 건 지문 하나뿐이다. 지문인식 과정은 약 1초의 시간이 소요되며 전체 대출 과정에 걸리는 시간도 통상 10분 미만이다.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고 기타 정보를 수차례 조회해야 했던 기존 금융권의 대출심사 과정을 '지문인식' 한 번으로 통일했다.
위조지문방지 솔루션 <사진=크루셜텍> |
이뿐만이 아니다. 송금 및 이체, 계좌조회 등 대부분의 금융거래에서 지문인식은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최근 1년간 '토스', '카카오페이' 등 간편 금융거래 서비스들은 지문인식을 기본 인증수단으로 채택했다. 특히 간편송금 앱 '토스'에선 앱 실행, 금액 입력, 받는 계좌 입력, 지문인식만 하면 송금이 완료된다. 앱 실행부터 송금까지 10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증권사들도 일제히 지문인식을 주식 거래 시 활용되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기본 인증수단으로 탑재했다. 한국투자증권, SK증권 등은 MTS 로그인뿐만 아니라 주문체결 시에도 지문인식을 적용, 터치 한 번만으로 빠르고 간편한 주식 거래를 가능케 했다.
기존 금융기관들의 인터넷뱅킹 앱에서 이체 및 송금을 하려면 공인인증서 로그인, 보안카드번호 입력, 이체비밀번호 입력 등 수차례의 인증 장벽을 넘어야 하고, 이 때문에 기억하고 있어야 할 비밀번호도 많았다. 보안카드를 분실하면 오프라인 은행 지점을 방문해 신규 발급받기 전까지 인터넷뱅킹 이용은 불가능했다. 지문인식 기능이 그간의 복잡했던 인증 과정을 단 1초로 단축시켜 줬을 뿐 아니라 비밀번호를 기억하고 보안카드를 소지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한 번에 없애준 셈이다.
◆ 디스플레이 일체형 인식·사물인터넷은 지문인식의 '신세계'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은 최근 지문인식 기술의 백미로 꼽히는 기술이다. 올해 중 본격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Vivo)'가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이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퀄컴, 삼성전자,애플 등 글로벌 업체들도 올해 중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막바지 최적화 작업에 한창이다.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은 말 그대로 스마트폰 화면 어느 곳에 지문을 대더라도 인식이 가능해지는 기능이다. 더 이상 전면 하단 중앙의 홈버튼에 정확히 손 끝을 대야 할 필요가 없게 된 것. 상용화되면 지문인식의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서도 지문인식의 쓰임새는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개인정보 보안 및 개인 식별 도구 역할에서 벗어나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개인 최적화 서비스의 '스위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예컨대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홈이 구현된 가정에서 가족 한 사람이 TV 리모컨을 집어들면 그 지문을 인식, 그가 평소에 즐겨 시청하던 채널들이 화면에 분할·추천되고 실내 온도, 조명 밝기 등이 유기적으로 그의 선호에 맞게 조정되는 식이다.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사진=크루셜텍> |
◆ 복제·도용 위험?...초음파·혈류·심전도 측정으로 보완
지문인식의 가장 큰 장점은 인식 과정이 빠르고 간편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할 때 기기를 집어들어 눈동자를 인식 센서에 맞추는 동작보다 손가락을 홈버튼에 갖다 대는 동작이 훨씬 빠르고 간편하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PC용 마우스, 신용카드 등 손으로 집어서 사용하는 제품엔 지문인식 방식이 압도적으로 편리하다.
다만 복제 및 도용으로 인한 '위조지문'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NII)는 지난 1월 "SNS 등에 개인이 업로드한 손가락 '브이포즈' 사진만으로 지문이 도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손가락 사진을 확대해 지문패턴을 복사할 수 있을 정도로 '도용 기술' 역시 발전한 것이다.
이에 지문인식 솔루션 업계 역시 지문인식의 보안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초음파를 통한 인식 방법으로 정확도를 높이거나 별도의 인식 센서를 추가 탑재해 혈류량, 심전도 등을 측정함으로써 지문 도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이중 보안 체계를 연구 중이다.
김영주 크루셜텍 과장은 "지문인식이 홍채·안면인식 등 타 생체인식 기능에 밀려 사라질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문 위조방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관련 시장도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