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고용부에 '시한연장' 요청…3자 합작회사 건의
제빵기사·가맹점주 대상 3자 합작회사 설립 설명회
고용부 "3자 합작회사는 제빵기사 모두가 직고용 거부시 가능"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파리바게뜨' 운영사 SPC가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제빵기사 5300여 명을 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 명령의 이행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SPC 측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고용부의 시정 명령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직고용을 지시한 고용부는 "원칙대로 해야 한다"며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PC 관계자는 "고용부의 직고용 이행 기간인 25일이 너무나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다"며 "이제 다음주 목요일이면 이행 기간 마지막 날인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초조하기만 하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 제빵기사 직고용 시한연장 요청에 '시큰둥한' 고용부
3일 고용부와 SPC 측에 따르면, SPC는 지난달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오는 9일로 정해진 제빵기사 5300여 명의 직접고용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공문을 접수했다. 시한 연장 요청 사유는 '본사-협력업체-가맹점주' 3자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제빵기사들의 동의를 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외관<사진=뉴스핌DB> |
SPC에 따르면 11개 협력사와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주말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3자 합자회사 설립 설명회를 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성남시 설명회를 시작으로 대구광역시 등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합자회사의 개요 등 회사의 취지와 목표 등을 제빵기사와 점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SPC는 3자 합자회사 설립의 가장 큰 장점으로 평균 13.1%의 연봉 상승효과를 들었다. SPC 측은 "합자회사 설립시 개인별, 연차별 차이가 나긴 하겠지만 평균 13.1%의 연봉 상승효과가 있어 제빵기사들의 연봉 인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고충처리 상담시설을 구축하고 제빵기사들의 복리후생을 강화하는 방안 등도 설명회 내용에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신중하면서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SPC가 접수한 시한 연장 공문건도 1주일 가까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검토 중에만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외부의 반발이 거세 기한 연장을 마지막까지 검토중에 있다"면서 "3자 합자회사를 만드는 것도 제빵기사 모두가 직접고용을 거부했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이야기로 우리가 고려할 사안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고용부는 파견법에 정해진대로 파리바게뜨가 5300여 제빵기사들을 직고용 해야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다만 제빵기사 중 직고용 거부의사를 밝힌 이들에게는 3자 합자회사와 계약을 맺을지, 협력업체에 남을지 자율권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면초가' SPC…3자회사 설립안에 정치권·노조 등 직고용 요구 전방위 압박
SPC의 시한 연장 요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해당 노조 등은 "무조건 직고용"을 요구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시정요구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노조까지 합세하면서 SPC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주최로 열린 '파리바게뜨 직접고용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SPC의 3자 합자회사 설립에 가장 앞장서 반대 의견을 펼치는 이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다. 이정미 의원은 지난 6월말,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해 고용부의 근로감독결과를 이끌어낸 주역이다.
이 의원은 2일 공식 자료를 통해 "파리바게뜨의 고용부 시정기한 연장 요청에 진정성이 없다"며 "협력사 주관 설명회에서 제조기사 직고용은 불법이라는 허위 사실 유포를 통해 노동부 행정처분을 부정하는 등 진정성이 없어 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파리바게뜨 노조 역시 같은날 '파리바게뜨의 시정명령 기한 연장 꼼수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고용부의 직고용 결정이 나온지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노조의 대화 요청에도 5차례나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거부하는 등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던 회사가 시간이 부족하자 알량한 핑계를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작회사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십수년간 불법파견의 피해를 입오온 직접고용의 당사자인 노동자를 배제하고는 대체 누굴 위한 상생인가"라며 "기한 연장으로 시간 끌기, 꼼수 부릴 생각 말고 지금이라도 성실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라"고 지적했다.
한편, 파리바게뜨의 합작사 방안을 위한 시한 요청에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 파리바게뜨 지회는 이날부터 파리바게뜨 본사 앞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