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축물 등 공공 시설물 내진율 저조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내진율 33%…피해 우려
[뉴스핌=조현정 기자]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 발생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전국에 있는 건축물 중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7%가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의 내진율도 33%에 그쳐 지진 발생시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은 5.4 규모로 지난해 경주 지진(규모 5.8)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경주 지진보다 규모는 작지만 진앙지 깊이가 9㎞로 얕아 대구·경북은 물론 서울과 제주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만큼 전국적으로 체감 위력은 더 컸다.
내진설계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나 후에도 구조물이 안전성을 유지하고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 시에 지진 하중을 추가로 고려한 설계를 의미한다. 다만 대규모 지진일 때에는 부자재 손상이 있어도 구조물 붕괴로 인한 인명 손상을 막으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한국 건축물 등 공공 시설물 내진율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제도개선 뿐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등 내진설계 강화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강진이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
◆ 단독주택 등 민간 건축물, 지진 대비 거의 이뤄지지 않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건축물 698만6913동 중 내진 확보가 된 건축물은 47만5335동으로 6.8%에 불과했다.
또 현행 건축법 시행령에 따른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도 143만9549동 중 47만5335동으로 33%만 내진 확보가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50.8%), 울산(41%), 경남(40.8%) 등이며 가장 저조한 곳은 부산(25.8%), 대구(27.2%), 서울(27.2%) 순으로 조사됐다.
건축법은 48조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은 구조 안전 확인 대상 건축물에 대해 허가 등을 하는 경우 내진 성능 확보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시행령에 따르면 '구조 안전 확인 대상 건축물'을 층수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500㎡ 이상, 높이 13미터 이상 등으로 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는 국내외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건축물의 구조 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 건축법령을 개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지진 방재 개선 대책'에 따라 내진설계 의무 대상 건축물을 확대하고 기존 건축물을 내진 보강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단독주택 등 민간 건축물은 지진 대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국 단독주택 중 3.4%만 내진 설계가 이뤄졌다. 특히 민간 건축물은 개인 소유로 내진 보강을 강제하기 어려워 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국회 국토위 소속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달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내진 대상 민간 건축물 264만9802동 중 내진 설계가 이뤄진 것은 54만1095동(20.4%)으로 나타났다.
서울 역시 내진 설계가 확보된 건물 비중이 18.3%에 불과해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내진 설계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으로 전체 대상 8124동 중 34.2%인 2777동에 내진 설계가 적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지진이 발생하면 상상하기 힘든 참사가 벌어지는 만큼 국가적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정부 차원의 지진 총괄 컨트롤타워 구축과 시설물 내진 보강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현재 우리나라 건축물 등 공공 시설물 내진율은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라며 "건축물의 내진율은 35.8%로 총 3만618곳 중 1만9646곳에서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지진 중 역대 두번째 규모다. [뉴시스] |
◆ 우리 집은 안전할까?…간편 조회 시스템으로 확인
지진 발생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자 건물의 내진설계 확인 방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 건축도시정책정보센터는 전국 주거용 건축물의 내진설계 적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우리 집 내진설계 간편 조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도로명 주소를 입력한 뒤 검색하면 해당 건물의 내진 설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조회 결과의 내진설계 의무 적용 대상 여부는 내진 성능에 관한 참고자료일 뿐, 정확한 내진 성능은 전문가의 구조 안전 진단이 필요하다.
또 서울시민들은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집 주소를 검색하면 입력한 주소에 따른 안내 사항을 제공받을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조현정 기자 (jh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