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엔 저유가 안정세가 가장 유리…수요‧정제마진↑"
[뉴스핌=유수진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유가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덜어내고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내년 말까지 감산기간을 재연장하기로 합의해 한동안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30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137차 정기총회를 열고 원유시장의 수급 개선과 유가안정을 위해 내년 말까지 감산 합의안 이행기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감산이 9개월 연장되자 국제유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OPEC의 이번 결정으로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 원인이 하나 사라졌다"며 "유가가 어떻게 가게 될지 아직 큰 방향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큰 폭의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국내 정유업계는 이번 OPEC 총회 결과를 예의주시해왔다.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거나 떨어질 경우 래깅효과로 인한 재고평가손익이 발생해 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래깅효과란 원료 도입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차효과로, 산유국에서 원유를 구입한 시점보다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시점의 유가가 높거나 낮아 마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크리스티 근방 유전 <사진=블룸버그> |
정유업계는 이미 지난 5월 유가급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 국제유가가 OPEC 총회를 앞두고 감산연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다가 회의에서 감산규모 확대 등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배럴당 40달러대 중반으로 뚝 떨어진 것.
이에 대해 조 팀장은 "갑자기 유가가 급락하니 비축하고 있던 제품 가격이 저평가되는 등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해 2분기 실적이 별로 안 좋았었다"며 "이번엔 그때와 달리 유가변동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만약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석유제품 수요가 줄게 돼 정제마진이 위축된다. 조 팀장은 "정유업계에겐 유가보다 정제마진이 더 중요한다"며 "유가변동이 크지 않으면 지금 수준으로 정제마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비를 뺀 것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좌우하는 주요 지표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도 감산 연장 합의에 따른 유가 안정세를 반겼다.
이 관계자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기보다 안정세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며 "이왕이면 저유가인 상태로 유지되는 게 가장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야 수요도 늘고 정제마진도 잘 나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산유국들의 감산기간 연장 소식이 전해지며 유가는 잠시 상승압력을 받았으나 내년 6월 주요 산유국 석유장관들이 다시 모여 합의를 재검토하기로 함에 따라 상승세가 제한됐다. 차기 총회에서 감산 지속 여부와 출구 전략 등이 논의될 거란 해석이 나오면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0센트(0.17%) 오른 57.40달러에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월물은 46센트(0.73%) 상승한 63.57달러에 마감됐다.
[뉴스핌 Newspim] 유수진 기자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