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은 언 발에 오줌누기...구조적 문제 풀려야
[뉴스핌=허정인 기자] 정부의 조선업 재건 계획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사들이 회사채 시장에 등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책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긴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스텔라웨이호. <사진=현대중공업>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A-) 삼성중공업(BBB+) 대우조선해양(CCC) 등 조선업 '빅3'는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 창구가 막혀 있다. 신용등급이 낮을뿐더러 향후 수익성 개선 여부 또한 불투명하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삼성중공업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예를 들어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대한항공(BBB+) 회사채는 잘 팔리는 반면 조선사 회사채는 팔리지 않는다”며 “조선업의 경우 구조적 문제로 인해 리스크 테이킹 부담이 늘고 있기 때문에 기관이 나서서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황을 고려해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과 ‘조선산업 혁신성장 추진 방안’을 들고 나왔다. 지난 8일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린 관계장관회의 안건이 ‘조선업 현황 및 대응방향’이었다.
대응 방안에 따르면 해양수산부가 보유한 관공선을 LNG연료추진선으로 전환 발주하는 등 공공부문의 발주를 늘린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펀드를 구성해 국내 해운사가 선박 발주를 늘릴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한다. 발주 증가와 동시에 범 정부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당국은 인프라 구축 및 인력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장려할 계획이다. 각 5개년 계획과 혁신성장 추진 방안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발주량을 늘린다고 했지만 이 수혜가 국내 회사의 몫이 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가 발주주문을 내도 전세계 선박사를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시장에 물량을 뺏길 가능성이 있다.
또 주문량 자체가 조선사 규모 대비 절대적으로 적어 매출 개선이나 현금흐름 창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조선업 부진을 고려하더라도 빅3의 경우 한 회사에서 일년 매출이 8조원 정도 나와야 운전자금 및 인건비 등을 감당할 수 있는데 국내 발주로 매출액이 몇 천억원 느는 것은 유의미하지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한 도움을 준다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글로벌 교역량 증가에 기인한 선박 수요 증가와 함께 현저한 기술격차가 벌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굳이 방법을 찾자면 국책은행 주도로 정부 수주 물량을 구조화시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몇 년간은 지금껏 쌓아놨던 현금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