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미국 인하 vs 한국 인상 영향 분석
재계 "기업 탈 한국 가속화 될 수도" 지적
[ 뉴스핌=황세준 기자 ] 미국의 법인세 인하조치를 두고 삼성전자 등 주요기업들의 '탈 한국'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은 현행 최고 35%인 법인세율을 내년부터 21%로 낮춘다. 반면, 한국은 내년부터 과세표준 3000억원 이상인 법인들의 법인세율이 현행 22%에서 25%로 오른다.
미국 현지법인이 수혜를 입지만 영향은 크지 않다. 실제 국내 법인세의 11.8%를 부담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에서 추가 부담해야 할 법인세액이 미국 법인세 인하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 |
올해 3분기말 현재 실적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NH투자증권 자료 분석 결과 삼성전자는 내년에 국내에서 5903억원의 법인세를 더 내고 미국에서 410억원을 덜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측은 "미국 법인세는 현지에서 생산·판매한 이익에 부과하고 한국 등에서 생산에 미국법인에서 재판매한 물량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3분기말 현재 미국법인의 순이익 비중은 전체의 2% 수준이다.
때문에 재계는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거둔 이익을 국내 본사로 보내지 않고 현지 법인에 쌓아두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가전공장을 짓고 있다. 이달 8일 사우스캐롤나이나주 현지 대학인 클렘슨대학,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과 R&D 산학협력 컨소시엄도 체결했디.
회사측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생활가전 사업의 '허브'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공장은 내년 1분기부터 생산에 돌입하며 2020년까지 약 3억8000만달러를 투자한다. NH투자증권은 미국 법인세 인하가 현지 설비투자를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법인세는 미국이 낮춘 것보다 한국에서 오르는 게 더 큰 문제"라며 "한국에 있는 모든 기업들이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보다는 미국 현지투자 확대 유혹을 받게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기관의 한 전문가는 "미국이 법인세 인하는 현지 투자를 촉진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활성화와 환율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순 있겠으나 (법인세 역전이) 전체적인 기업 경쟁력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마냥 늘릴 수만은 없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내년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인건비(시급 기준)가 여전히 40% 가량 높다. 하지만 한국 역시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린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재계는 국내 법인세율 인상이 세수 증가라는 입법의도와 달리 결국 일자리 감소와 소액주주 등 국민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리면 대기업이 100% 부담하는 것 같지만 결국엔 소액주주, 근로자, 소비자, 협력사 등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분석결과 법인세율 인상의 부담은 주가하락과 주주배당 감소에 따른 주주피해(74.5%), 소비자(17%), 근로자(8.5%) 등으로 전가된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법인세율이 한국보다 높은 곳은 프랑스(33%), 일본·독일(30%) 정도다. 프랑스도 현재 33.33%인 법인세율을 2022년까지 단계로 25%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