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미묘한 온도차
한국 "대화해 나가면서 압력"
[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 주최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관한 첫 다국 간 외무장관회의가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다. 미국, 영국 등 한국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한 16개국과 한국, 일본, 인도, 스웨덴을 합쳐 20개국이 참가했다.
회의 구상 당초에는 이번 회합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이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후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되면서 각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것인지로 관심이 옮겨졌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북한에 대한 대처 자세에 있어 한국과 미국, 일본 간에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일본 NHK는 17일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데 반해, 한국은 미·일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의향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밴쿠버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무장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 고노 다로 일 외무상(오른쪽부터).<사진=뉴시스> |
◆ 틸러슨 미 국무장관 “비핵화 실현까지 압력 계속”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하는 조치는 북한이 비핵화에 결정적인 한 발을 내딛기까지 계속될 것이다. 모든 나라들이 북한과의 경제·외교적 관계를 단절하거나 대폭 축소하면 그 결과가 쌓여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 주변에 일상적으로 700대가 넘는 민간 여객기가 비행하고 있다는 자료를 들고나와 “북한의 미사일은 관계국뿐 아니라 이미 전 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이 대화 자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국제사회의 결속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UN(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강하게 촉구하며, 해상에서의 석유 정제품의 밀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선박 검사를 강화해 나가는 것에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해상에서의 밀수가 안보리 대북 제재의 구멍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 미국이 해상에서의 규제 강화를 참가국에게 요구할 것인지도 관심거리의 하나였다.
◆ 고노 일 외무상 “미소 외교에 눈을 뺏겨서는 안 돼”
일본의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도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최대한의 압력을 계속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과 북한의 대화를 환영한다고 하면서도 “북한의 ‘미소외교’에 눈을 뺏겨서는 안 된다. 비핵화를 위해 압력 강화를 계속한다는 국제사회의 의사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노 외상은 “지금은 외교 관계 단절이나 북한 근로자의 송환 등 각 국 독자의 제재 조치를 강화하면서 UN 안보리 결의를 완전하고 엄격하게 이행한다는 각오를 새롭게 할 때이며 이러한 조치를 통해서만이 북한의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호소했다.
◆ 강경화 외무장관 “대화해 나가면서 압력”
한편, 강경화 외무장관은 미국, 일본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향을 나타냈다.
강 장관은 “안보리 제재 결의를 착실히 이행함으로써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도록 우호국이나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계해 나가겠다”면서도 “북한과 진행하고 있는 대화를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발전시켜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 중국·러시아 “회의에 아무런 기대도 없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배제된 중국과 러시아는 회의 자체의 의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16일 중국 관영 환추스바오는 “북한, 중국, 러시아가 불참하는 이번 회의가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며, “미국이 어떤 의도로 이번 회의를 소집하는지도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직접 당사국을 배제했다”며, “이런 회의가 어떤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역시 “생산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고,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번 회담에 대해 아무런 건설적인 것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NHK가 16일 전했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