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꼼수 제보 잇따라
[뉴스핌=김범준 기자·고홍주 수습기자]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 '충격 완화'를 위해 근무 조건을 조정하고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를 두고 '꼼수' 지적이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으로, 지난해(6470원) 대비 16.4% 올랐다. 이는 최근 5년 간(2013~2017년) 평균 인상률 7.4%를 크게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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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최저임금을 받으며 주40시간을 근무하는 노동자의 월급은 157만3770원이 된다. 지난해 보다 약 22만원 가량 인상되는 셈이다.
하지만 급여가 기본급 외에 성과급과 상여금, 각종 수당 등으로 쪼개져 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월 기본급 135만과 상여금 100%로 한 달에 270만원을 받았던 근로자의 경우, 올해 최저임금 적용에 따라 기본급에 연동되는 상여금도 올라 314만7540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상여금은 복지 차원에서 임금 이외에 특별히 지급되는 현금급여(보너스)인 만큼, 사용자(고용주)들은 상여금 조정을 통해 최저임금 상승분을 맞추는 방법이 가능하다.
기본급 인상과 더불어 매달 100%씩 줬던 상여금이 70%로 조정되면 근로자가 수령하는 월급은 267만5409원(기본급 157만3770+상여금 110만1639원)으로 오히려 줄게 된다.
고용주들은 상여금과 수당을 자발적으로 '통상임금'(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시급·일급·월급·도급 등의 임금)화하기도 한다.
두어 달에 한 번씩 비정기적으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쪼개 매달 정기적으로 일정액 지급하거나, 식대·교통비 등 복리후생적 급부를 기본급에 포함시켜 최저임금 상승분을 맞추는 방식이다.
실제 최근 이와 같은 사례들이 지난해 11월1일 출범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제보되면서 업체들의 '꼼수' 지적이 불거진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커피빈코리아는 매장 근무자(바리스타)의 기본급을 지난해 135만4970원 수준(월 209시간 기준)에서 올해 145만3770원으로 올리는 대신 매월 식대로 추가 지급하던 12만원을 삭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커피빈코리아 본사 측은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매장 바리스타 직군은 5시간과 7시간을 근무하는 '파트타이머'와 8시간을 근무하는 '정직원'으로 나뉘는데, 그 동안 정직원에게만 식대가 있었다"며 "형평성을 맞추고자 그 수당(식대)을 모두 없앤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계약서 확인 결과 식대 12만원은 사라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풀타임근무수당이 신설되면서 정직원의 월급은 변함 없었다.
커피빈코리아의 한 바리스타 근로계약서 전후 비교. <자료=직장갑질119 제공> |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조기퇴근을 권유하는 등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임금 지출 상승분을 상쇄하는 사업장도 있었다. 실제 쉴 수 없는 휴게시간을 서류상으로만 늘렸다는 비판도 따른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지난해 하루 8시간 근무에서 올해 7시간으로 1시간 줄 경우, 받게 되는 일당은 5만1760원에서 5만2710원으로 950원 밖에 오르지 않게 된다.
외식업체 (주)쿠드가 운영하는 '신선설농탕'의 경우, 야간 근로자의 휴게시간이 당초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변경됐다는 제보가 직장갑질119에 접수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휴식시간이 보장되기 어려운 점과,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전직원 20분 조기출근 강요 및 손님 여부에 따라 강제 퇴근 혹은 연장근로 종용이 수시로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실관계 확인 요구에 대해 쿠드 관계자는 2일 본지에 이메일을 통해 "일부 매장에서 휴게시간 2시간 시행을 검토한 적은 있지만, 지금은 시행하고 있지 않다"며 "검토기간 중 발생된 휴게시간은 시간에 상관없이 급여를 모두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매장과 직원의 사정에 따라 동의 하에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초과 근무 수당도 모두 지급하고 있다"는 한편 "일부 매장에서 조회를 명목으로 20분 전 조기출근이 시행된 적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본사에서는 시정 조치를 통해 근절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신선설농탕의 2017년도(왼쪽)과 올해(오른쪽) 근로계약서 비교. <자료=직장갑질119 제공> |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