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신흥국 지수 등 패시브 추종 자금 유출 우려 완화
기재부 "과세 관련 인프라 확충 선행돼야…하반기 재검토"
금투업계 "자진신고제·과세 대상 완화 등 다양한 의견 수렴해야"
[뉴스핌=우수연 기자] 기획재정부가 외국인 주식 양도소득 과세 확대 개정안 시행을 유보하면서 금융투자업계 우려가 일단 해소됐다.
지난 6일 기획재정부는 작년 8월 발표했던 비거주자·외국법인의 상장주식 양도소득 과세 대상 확대 개정안의 시행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정부는 과세 대상인 외국인 대주주의 범위를 기존의 25% 이상에서 5% 이상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결제일 이전(T+2)에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지분 변동이나 실시간 원가취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관련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세법개정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업계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한국과 조세협약을 맺지 않은 국가들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가까이 달한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었다.
MSCI나 FTSE 등 글로벌 지수산출 업체들까지 외국인 대주주 범위 확대가 국내 증시에 상당한 수급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에 나서면서 정부도 한발 물러선 것. 기재부 관계자는 "원천 징수제도 등의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고 관련 과세 인프라 확충 선행 필요성 등을 감안해 해당 내용을 올해 세법개정 시 검토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 <자료=케이프투자증권> |
금투업계는 정부가 업계의 현실적 문제에 공감하고 제도 개선의 보폭을 맞췄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외국인 대주주 양도세 강화와 관련해 투자 심리 측면에서 잠재적인 수급 리스크도 완화됐다는 반응이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개정안이 연기되면서 MSCI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이탈, (조세 협약을 맺지 않은) 12개 국가의 외국인 투자자 자금 이탈 등 한국 증시에 하방압력을 가할 수 있는 잠재적인 리스크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도 "지난 MSCI에서 발표한 내용을 감안할 때 MSCI 신흥국 지수 추종자금이 1조5000억 달러이며 한국 비중이 14.7%임을 감안하면 패시브 자금의 유출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며 "이번에 과세 방안이 보류되면서 관련 우려는 잦아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해당 내용을 올 하반기 세법개정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여지를 남겨두면서 시장 우려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금투업계는 실시간 취득원가 파악 등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정부가 생각하는 원론적인 과세 강화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자진신고제로 전환하거나 대주주 범위가 기존에 제시했던 5%보다 다소 완화된 수준에서 발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선 한 연구원은 "기재부가 올 하반기 세법개정에서 개선 및 보완을 함께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향후 논란이 재차 부각될 소지는 남아있다"며 "다만 대주주 과세 범위를 축소하거나 유예시기 확대 등 기존의 세법개정안보다는 과세 요건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도 "조세 피난처를 거쳐 들어오는 자금 등 실제 자금 수탁자를 최종적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만큼 외국인에 대한 고세율의 원천징수는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며 "자진신고제로 전환 등 보완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일부 국가들은 외국인 주식 양도 소득세와 관련해 자진신고제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원천징수와 자진신고 중 하나를 선택해 적용했으나 2003년 이후부터는 자진신고 방식으로 일원화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