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성수·풍납 공장 이전문제 갈등 지속
기존 협력 레미콘 기사들 일자리 걱정 '태산'
3월 말 풍납공장 대법원 심리결과에 주목
[뉴스핌=민경하 기자] 레미콘 기사들이 삼표의 풍납·성수 공장 이전문제로 시름거리고 있다. 수십년 간 생계를 이어갔던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구제가 되지 않을 경우 농성도 불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표그룹이 서울시 풍납동에서 운영하는 풍납공장 협력 레미콘 기사들은 2014년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항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삼표공장 부지를 포함한 풍납토성 복원사업을 위해 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삼표 풍납공장 <사진=민경하기자 204mkh@> |
삼표 풍납공장은 지난 1977년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세워졌다. 설립 이후 인근에는 서울 아산병원이 생겼고 주택단지가 늘어나 지금은 2만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현재 삼표 풍납공장은 서울 내에 4곳밖에 남지 않은 레미콘 공장 중 하나로 100여명의 레미콘 기사들이 이곳에서 나오는 일감을 통해 생계를 잇는다.
하지만 풍납토성 복원사업에 삼표 풍납공장 부지가 포함되면서 2003년부터 이전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서울시가 2/3 가까이 부지를 매입했지만, 지난해 3월 삼표측에서 이전 진행을 거부하며 사업인정고시 철회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삼표측이 1심, 국토부가 2심을 승소하며 3월 말 3심 심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만약 삼표가 패소하면 공장 폐쇄 절차는 바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공장이 폐쇄되면 풍납공장에 출입하는 레미콘·덤프·벌크 기사 150여명이 더이상 생계를 이어갈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레미콘 기사들은 대부분 회사 소속이 아니다. 개개인이 독립된 사업체로 회사와 계약을 맺는 삼표의 협력업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삼표는 레미콘 기사들에 대해 일자리 보전이나 보상에 대한 책임이 없다.
게다가 통상 공공사업을 위해 공장이나 주택이 이전하면 공익사업법에 근거, 정부가 공업단지 우선 분양권이나 보상 등을 보장한다. 하지만 풍납공장 소송은 문화재 보호법에 근거하고 있어 공장 이전에 대한 보장이 없다.
풍납공장 외벽에 붙어있는 현수막. 레미콘 기사들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민경하기자 204mkh@> |
풍납공장에서 만난 레미콘 기사 A씨는 "우리도 공장이 이전돼야 주민들에게도 좋고 문화재도 복원할 수 있는 것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일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공장 이전이 되지 않아 일자리가 사라지면, 특수고용직인 기사들은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해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운 직업을 구해야 한다. 기사 B씨는 "보상은 바라지 않는다. 공장 이전만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송을 전담하고 있는 송파구청 관계자는 "삼표에 대한 보상은 물론, 이후 레미콘 기사들에 대한 보상계획도 준비하고 있다"며 "공장이전 보장에 대한 레미콘 기사들의 문제는 안타깝지만 우리로서도 보상 이외의 방법이 없다"고 했다.
삼표 측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따로 계획된 사항은 없다"며 "3월 말에 대법원 심리 결과에 따라 차후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21년 완공예정인 현대차 신사옥(GBC)이나 강남 아파트 재건축 등 서울 내에서 삼표에게 중요한 기회가 많다"며 "공장 이전은 삼표도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장 이전문제에 관해 대책이 나오지 않으니 레미콘 기사들은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삼표 성수공장 <사진=민경하기자 204mkh@> |
삼표공장 이전에 따른 레미콘 기사들의 생존권 문제는 풍납공장만의 일이 아니다. 성수공장 역시 삼표와 서울시가 지난해 10월에 2022년까지 성수 공장 이전 및 철거를 확정하는 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120여명의 레미콘 기사들이 갈곳을 잃을까 노심초사중이다.
삼표는 성수공장의 철거와 함께 부산 레미콘 공장 건립을 결정했다. 사실상 부산으로 공장 이전을 하는 셈이다.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던 성수공장 레미콘 기사들은 졸지에 일터가 부산으로 옮겨지는 것과 같다.
20일 성수공장 인근에서 만난 레미콘 기사 B씨는 "수도권에 있는 공장마다 일하는 레미콘 기사 수가 정해져 있는데 100명이 넘는 우리가 갈 곳이 어딨겠나"며 "우리는 협력업체이기 때문에 회사에 대책을 요구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인근 주민, 서울시 입장도 이해하지만 우리 기사들이 수십 년간 일해온 일터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민경하 기자 (204m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