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등급 이상 저신용 중기 대출 금리도 뚝
[뉴스핌=최유리 기자] 주요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특히 신용대출의 금리를 더 많이 낮췄다.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에 쏠린 자금을 중소기업 대출로 돌리기 위해 자본규제를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가산금리는 평균 3.54%를 기록했다. 전달 대비 0.03%p, 전년 동기 대비 0.19%p 떨어진 것이다.
가산금리는 대출 금리를 정할 때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 금리다. 은행별로 위험성과 비용 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이들 은행의 보증서 담보 대출 금리는 2.07%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06%p 낮아졌고, 물적담보대출 금리는 1.99%로 똑같았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금리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이달 신용대출 가산금리가 4.10%로 전년 동기보다 0.77%p 하향 조정됐다. 같은 기간 NH농협은행은 0.27%p, 신한은행은 0.08%p, KEB하나은행은 0.03%p 낮아졌다.
신용대출 금리인하를 낮춘 것은 신용대출보다 담보·보증대출 중심으로 대출을 진행했던 전략과 달라진 모습이다.
그간 은행들은 중소기업의 성장성, 혁신성 등 비재무적 심사를 통한 신용대출보다 담보·보증대출에 치중해 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중 담보대출 비중은 2012년 48.8%에서 지난해 9월 57.4%로 증가했다.
특히 7등급 이상의 저신용 중소기업에 대한 금리 하락폭이 더 컸다. 1~3등급의 평균 가산금리가 1.89%로 전년 동기 대비 0.13%p 낮아졌고, 7~10등급은 6.87%로 1.00%p 하향 조정됐다.
은행권이 위험부담이 있는 신용대출, 그 중에서도 7등급 이상의 저신용 중소기업에 대한 금리를 낮추는 것은 그 만큼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당국이 가계 대출을 조이고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 규제 등 개편 방안'을 통해 은행에 대한 경영실태 평가시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실적' 항목을 신설했다. 담보, 보증 대출에 편향된 중소기업 대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또 별도의 평가 가중치를 두는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가계 대출을 잡기 위한 예대율 규제 시행을 앞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 하반기부터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의 가중치는 15% 상향되고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가중치가 15% 하향된다. 은행 입장에선 예수금 부담을 낮추려면 가계 대출을 출이고 기업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
한 은행 기업영업그룹 고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금은 가계대출 이슈가 있어 중기대출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국에서도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어 은행권들도 중소기업 대출 확대로 방향성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계기업이라도 성장 가능성이나 기술력 등 여러 요소를 평가해 대출을 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