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설계사, 판매할 이유 없어...신규 가입 급감할 듯
[뉴스핌=김승동 기자] 내달 1일부터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은 단독형만 판매할 수 있다. 종신보험, 건강보험, 암보험 등 보험에 특약 형태로 실손보험을 종합형으로 판매하는 게 중단된다. 이로인해 실손보험 판매량이 급감하고, 애꿎은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의 이 정책이 시행되면 실손보험 판매량이 급감할 것이라고 보고있다. 단독형 실손보험은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높아 보험사가 판매를 꺼리게되고, 설계사 역시 수당이 적어 판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실손보험을 가입하려는 소비자는 직접 온라인에서 찾아서 해야한다. 이 또한 접근성이 낮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장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당국의 의도와 달리 소비자의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손보험은 일부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의료비 전액을 5000만원 한도로 보장하는데도 보험료는 월 2만원 내외로 저렴하다. 이로 인해 3300만명 이상이 가입한 상품이다. 다만 비례보상(보험사간 비율로 손해를 보상)으로 2건 이상 가입해도 보장 금액은 동일하다.
가입자 대부분이 다른 종신보험, 건강보험, 암보험 등의 보험에 가입하며 특약 형태로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약 15만명이 중복가입한 것. 보험료만 더 내면서 보장은 동일하게 받는 문제가 있다는 것. 금융감독원은 끼워팔기 등으로 중복가입자가 발생한다는 이유 등으로 실손보험은 단독형 상품만 판매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정책 오류라고 반발한다. 실손보험 해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추가 가입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100%가 넘어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그럼에도 수요가 많으니 다른 보험에 특약으로 붙여 판매해왔다. 결국 단독형으로만 판매해야한다면 굳이 손해보는 상품을 권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판매를 하는 설계사도 마찬가지다. 단독형 실손보험은 판매수당이 1000원 내외에 불과하다. 다른 보험에 붙여 판매한 이유 중 하나는 판매수당과 관련있다. 통상 암보험 등 건강보험은 고액 진단비 등이 보장된다. 가령 암에 걸렸다면 치료비는 특약으로 가입한 실손보험으로 해결하고, 요양비와 줄어드는 소득은 5000만원 정도인 암 진단비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
보험사나 설계사가 굳이 권할 필요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가입자가 늘어날 수 없다. 이에 시간이 지날수록 실손보험 가입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단독형 실손보험만 판매하라는 정책은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리 필수보험이라고 해도 권하지 않으면 가입자가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지만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 이외 온라인 보험의 판매건수는 극히 저조하다”며 “2014년 출시, 현재까지 가입자가 3만명에 불과한 노후실손보험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승동 기자 (k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