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21시간 ‘마라톤’ 조사 끝 귀가
뇌물수수 ‘방조범’ 구속...‘주범’도 구속 불가피
MB 측 혐의 부인도 영장청구 가능성 높여
[뉴스핌=김규희 기자]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21시간 밤샘 조사를 마치고 15일 새벽 귀가했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기는 1주일 안팎이 걸릴 전망으로, 빠르면 이번주 영장청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0억원대 뇌물 수수 의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새벽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와 귀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받고 있는 뇌물수수와 횡령·배임, 직권남용, 조세포탈,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기록물 반출 등 20여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과 횡령, 공무원 동원, 대통령기록물 반출 등과 관련, '본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설령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며 "전체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라고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혐의와 불법 여론조사 혐의 등에 대해서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차명재산 관리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 최측근들의 진술내용을 바탕으로 이 전 대통령이 주요 혐의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말해 이 전 대통령을 국정원 특활비 수수의 ‘주범’이자 다스의 실소유주로 결론 내린 상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본다. 통상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할 경우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 영장을 청구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사건 연루자들과 입을 맞추는 등 증거 인멸 우려는 남아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반 사건에서는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의 경우 구속 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직 대통령의 신분이 고려 요소이긴 하지만 증거 인멸의 우려 때문에 영장 청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미 구속된 이 전 대통령 혐의 연루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김 전 기획관을 지난달 5일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방조범’으로 적시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을 책임이 더 큰 ‘주범’으로 규정, 특활비 수수 혐의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방조범이 구속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윗선’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1년 전 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 조사 당시에도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두고 비슷한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였기 때문에 ‘수뢰’ 의혹을 받는 박 전 대통령 구속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 후 8시간의 장고 끝에 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기도 박 전 대통령 때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마치고 6일 뒤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과 그동안의 수사 자료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