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의 '스케이트' <사진=이현경 기자> |
[뉴스핌=이현경 기자] 쇼트트랙 선수가 되고 싶었던 소년. 부상으로 선수의 꿈은 포기했지만, 그는 대륙을 뒤흔든 배우가 됐다. 그 주인공은 송중기다. 송중기가 유년시절 사용한 쇼트트랙용 스케이트화와 장갑이 갤러리 산에서 예술작품으로 관람객에게 선보여지고 있다.
뮤지엄 산에서는 지난 23일부터 '일상의 예술:오브제'를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오브제에 대한 접근을 친숙하게 담아냈다. 뮤지엄 산 측은 "저희 미술관의 취지는 관람객과 함께하는 미술관이다. 개관 5주년을 맞아 '일상의 예술'이라는 큰 주제 아래 오브제전을 준비했다. 지난 10월부터 공모전을 공고했고 최종적으로 일반인 참여자와 유명인, 작가를 포함해 40여명이 이번 전시에 함께했다.
이자연의 '사물의 영역' |
이번 전시에서는 오브제의 개념을 3가지로 나타냈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나눈 12개 의미 중 단 3가지만 가져왔다. '발견된 오브제', '오브제의 변용', '관계하는 오브제'다. 발견된 오브제는 시각과 관점을 바꿔 사물의 새로운 형태미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고, 오브제의 변용은 사물의 재료에 중점을 놓고 새로움 형태로 가공한 작품으로 보는 것, 관계하는 오브제는 대상과 주체의 관계를 뜻한다.
송중기의 '스케이트'는 관계하는 오브제 섹션에 전시되어 있다. '관계하는 오브제'는 사물과 주체의 기록체이자 과거로 나타낼 수 있다. 송중기에게 '스케이트'는 유년시절의 꿈을 안겨줬고, 이제는 추억을 떠올리게하는 오브제인 것이다.
안시형의 '2016 포켓몬 오브제'(위), 심승욱의 '레고' <사진=이현경 기자> |
오브제는 특별한 미학적인 특징을 가진다기보다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발견된 오브제' 섹션에 전시된 이자연 작가의 '사물의 영역'에는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보여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칼, 향초,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선반 위에 올려져 있다. 목적은 사라졌지만, 하얀색 자대 위에 올라간 상태로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예술로 전환됐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시계상자'도 주목할 만하다. 가로 8cm, 세로 8cm, 폭 11cm의 작은 파란색 상자가 안도 다다오의 일상 속 소장품이자 '일상의 예술:오브제'전에 전시된 작품이다. 이 파란색 상자는 그가 구입한 시계 상자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안팎이 개방되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자기만의 쇼케이스로 사용하고 있다. 그가 건축한 '빛의 교회' 모형을 집어넣었더니 외관과 내관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단순히 기성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쇼케이스가 된 오브제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손효섭의 '나의 추억' |
박혜수 작가는 '로스트 드림 앤드 로스트 키'라는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낡은 금고를 발견한 그 후부터 그는 꽉 잠긴 금고의 문에 맞는 열쇠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운 열쇠들이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다. 이는 열쇠를 잃어버린 사연들까지 함께 품은 작품이다.
일반인이자 최연소 참여자인 손효섭 군은 '나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수집한 '돌'을 오브제로 해 작품을 출품했다. 자신의 애정을 쏟고 있는 '돌'을 오브제로 지정하고 작업한 결과물이다.
박혜수 작가의 '로스트 드림 앤드 로스트 키' <사진=이현경 기자> |
안시형의 '2016 포켓몬 오브제', 심승욱의 '레고'는 이미 완성된 기형품의 아름다움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구성해 재현핮 작품이다. 2016년에 작가가 직접 산 포켓몬스터 오브제를 보며 어린아이부터 포켓몬스터에 대한 추억이 있는 관람객들은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그 위 심승욱의 '레고'는 어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작품이다. 마블, 스타워즈의 대표 캐릭터들이 각을 잡고 대형을 이루고 있다. 마치 전투에 나선 비장한 군인들처럼 보이는 캐릭터들의 조합이 흥미롭다.
'일상의 예술:오브제'전은 폭넓게 오브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뮤지엄 산 오수경 큐레이터는 "공장에서 나온 기성품이 현대미술에서 왜 작품이 될 수 있느냐는 시선이 있지만, 저희 전시에서는 열린 마음으로 '일상이 예술이 된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일상의 예술:오브제'전은 오는 9월2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