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권문제, '北아킬레스건'…외교적 방어수단 없어"
[뉴스핌=노민호 기자] 북한 매체는 4일 한국 정부가 최근 유엔인권이사회(UNHRC)의 북한인권결의 채택에 '환영 입장'을 표명한 것을 불쾌해하며 "대화 분위기에 역행하는 용납 못 할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용납할 수 없는 반공화국 인권 모략소동'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북한인권결의 채택에 대해 우리 외교부 대변인인 내놓은 환영 입장을 거론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이어 "어처구니없는 광대놀음이 벌어졌는데도 남조선 당국은 극구 맞장구를 치는 망동을 부렸다"면서 "그야말로 우리 공화국에 대한 악랄한 모독이고 대화 상대방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도전이다"고 비난했다.
또한 "지금 우리의 주동적이며 성의 있는 노력에 의해 북남관계에 단합의 훈풍이 불고 있다"면서 "바로 이러한 때 남조선은 외세가 벌려놓는 불순하기 짝이 없는 모략소동에 적극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도대체 누구와 대화를 하고 관계개선을 하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4일자 6면 일부.<사진=노동신문> |
통일부는 노동신문의 이 같은 논평에 대해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남북 간 대화무드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기본적으로 남북 간에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에 입각해서 남북 간에 화해협력, 한반도 평화문제 등 상호 관심사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면서 "이런 차원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만 말했다.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외에도 두려워하는 게 있다. 바로 인권문제 공론화다.
체제 우월성을 강조해온 북한이 주민들에게 '인권유린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책임 추궁은 물론이고 체제 존립 자체의 존립 근거를 위태롭게 하는 논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행사장에 입장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은 도종환 문체부 장관.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외교적으로 방어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인권문제가 북한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면서 "또한 소위 체제 존엄 김정은에게 직접 책임이 전가되는 것을 신경 쓰기 때문에 항상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연구실장은 "자신들은 인권침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기구 사찰에 대한) '완전 오픈'인데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면서 "다시 말해 외교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은 국제사회가 미국 제국주의에 놀아나고 있다는 식의 논리를 기본적으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지난달 23일 열린 제37차 총회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없는 동의 형식을 채택했다. 이는 UNHRC의 전신인 유엔인권위원회를 포함 이사회 차원의 16번째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이다.
북한은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될 때마다 개선의지를 보이는 대신 반발을 일삼아 왔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였다.
북한 제네바유엔사무국 및 기타 국제기구 주재 상설대표부는 지난달 25일 북한인권결의안을 전면 배격한다는 내용의 공보문을 발표했다.
북측은 공보문에서 "결의는 허위와 날조로 일관된 범죄적 문서장"이라면서 "미국이 우리의 제도전복을 노리고 집요하게 추구해온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