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대만 문제 등 곳곳에서 미·중 충돌
전문가 의견은 갈려, 김동엽 "미중 관계, 북핵 문제 삼키는 블랙홀"
박인휘 "영역마다 별개 셈법, 과거와는 다를 것"
[뉴스핌=채송무 기자]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주도권에 대한 미·중의 힘겨루기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무역 갈등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최근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카드를 꺼내자 중국 역시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를 꺼내들어 무역 전쟁 가능성을 높였다.
양국 갈등의 소재는 무역 뿐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대만의 고위급 교류를 확대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해 중국의 강력 반발을 불렀다.
최근 미중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 협의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사진=바이두> |
더욱이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6월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 재대만협회 타이베이 사무소의 신축 건물 완공식에 미국 고위급 인사가 참석할 것이라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대만 방문을 예상했다. 실제로 볼턴 내정자가 대만을 방문한다면 중국은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만여행법 관련 추이텐카이 주미 중국 대사는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누구도 중국의 통일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평화통일을 추구하겠지만 그게 안되면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비핵화 논의는 사실상 시작, 미·북 비핵화 입장차 여전
북한과 미국, 중국 등 핵심 관련국들의 비핵화 논의는 사실상 시작됐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지난 3월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우리 체제를 확실히 보장하고 핵 포기에 따른 전반적 보상을 해준다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남에서 핵폐기 문제를 기꺼이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사진=로이터/뉴스핌> |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미국이 회담에 성실하게 임할 경우 제네바 합의와 6자회담 공동성명 때보다 핵 포기를 위한 사찰과 검증에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임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까지의 시간은 미국과의 협의에서 얼마든지 단축할 수 있다"고도 했다.
북미 간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CNN은 지난 7일 미 중앙정보국(CIA) 전담팀과 북한의 정보당국 간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비공식 채널을 통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 장관에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과 북한의 정찰총국 라인이 진행하는 대화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확인도 이뤄졌다.
그러나 북미는 비핵화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김 위원장이 그간 제시한 비핵화 관련 입장은 ▲체제 보장 ▲핵 포기 관련 경제 보상 ▲단계적·동시적 비핵화이다. 미국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에 대해 핵 능력 확보를 위한 시간끌기로 의심하며 '선 비핵화, 후 보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미의 입장차에 더해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경쟁까지 이어지면 향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쉽지 않은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 전문가 의견은 갈려, "북핵 삼키는 독립변수" vs "과거와는 다를 것"
전문가들도 미중 갈등이 한반도 문제에서 악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음에 입장을 같이 했다. 그러나 이것이 향후 비핵화 논의 과정에 큰 변수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과거와 달리 미중 관계는 북핵 문제까지 집어삼키는 독립 변수가 됐다"며 "북핵 문제는 미국이나 중국에게 꼭 해결해야 하는 목표라기 보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이 됐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중국의 부상은 북한에게 이익일 수도 있지만,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며 "미중의 빅딜 속에서 북한이 거래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남북관계는 미중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상수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한반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고,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우리 정부의 자율성이 침해됐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나 안보, 사회 이슈들이 과거처럼 하나로 얽혀 있지 않다"고 다른 분석을 했다.
박 교수는 "1990년대 초중반에 미국과 일본은 역사상 최대의 무역 전쟁을 치렀지만, 이 시기 미일 군사 협력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안보 협력을 닦아놓는 토대가 됐다"며 "요즘은 영역마다 별개의 셈법이 있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핵 문제를 끝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의지가 강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조건없이 비핵화 의지를 밝혀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채송무 기자(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