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오는 17~20일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이 각료나 실무 레벨의 사전 내용 조율 없이 곧장 정상끼리 만남을 가져야 하는 이례적인 전개가 되고 있다고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외교와 안보 라인의 책임자들을 잇따라 해임하면서, 일본 측과 의견을 조율할 미국 측 담당자가 공석인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국가 간 정상회담을 갖기 전에는 사전에 각료나 실무 레벨에서 회담 내용 등에 대해 충분한 사전 조정을 거친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안전보장이나 통상 등이 의제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본의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미국의 국무성·무역대표부(USTR) 등과 내용을 조율해야 한다.
하지만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이 지난 2017년 8월 취임 이후 다섯 차례나 개별 회담을 가졌던 틸러슨 국무장관은 올해 3월 해임됐다. 후임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은 아직 취임하지 않았다. 일본 외무성 북미국장의 교섭 상대인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국무차관보도 지명을 받은 수전 손튼 차관보 대행이 의회 승인 절차 중에 있어 공석인 상태이다.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 사령탑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야치 쇼타로(谷内正太郎) 국가안전보장국장의 교섭 상대인 맥마스터 NSC 보좌관도 3월 갑작스럽게 해임됐다. 후임인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는 9일 첫 업무를 시작했다. 야치 국장은 미 NSC의 매슈 포틴저 아시아 담당 선임 부장과 회담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아베 총리<사진=지지통신> |
지난해 2월 미일 양 정상의 첫 번째 회담을 준비할 때에는 아베 총리의 측근인 이마이 다카야(今井尚哉) 정무비서관이 미국을 방문해, 안보와 경제를 분리한다는 방침 하에 세부적인 회담 내용을 사전에 조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세부 조율 없이 그대로 정상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실무 레벨에서 시나리오를 쓸 수 없다. 예측 불가능하다”며 정상회담이 사전 조율 없이 곧장 ‘본방’에 들어갈 것이란 견해를 나타냈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