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정치자금 돈세탁했다"..국정조사 추진 검토
野 압박수위 높여..미래·민평당 "해임·검찰수사" 촉구
與 '김기식 딜레마'.."문제 심각해" 출구전략 모색도
[뉴스핌=조현정 기자]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권은 12일 외유성 출장과 특혜 승진 등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과 관련, 연일 사퇴를 촉구하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특히 한국당은 김 원장의 외유 논란에 대해 국정조사를 통한 청문회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원장의 정치 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등의 추가 의혹을 잇따라 제기, 대여 공세를 바짝 죄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김 원장의 해임은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 김 원장의 거취 문제가 향후 6.13지방선거 및 개헌 등 주요 국정과제 추진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김 원장의 사퇴를 거론하기 시작하면서 '출구 전략'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에 따라 당분간 김 원장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민주평화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조배숙 대표 등 지도부가 김기식 사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① 의원직 임기 만료 직전 '더좋은미래' 5000만원 셀프 후원 논란
외유 논란으로 시작된 김 원장의 의혹은 급기야 정치후원금 '땡처리'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과 관련된 '19대 국회 정치자금 회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정치 자금 땡처리 외유와 함께 땡처리 나눠 먹기를 하고 다단계 셀프 돈세탁을 한 정황마저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김 원장이 속했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국회의원 임기 종료 직전 5000만원을 후원한 일을 문제 삼았다.
그는 "김 원장은 자신의 정치자금으로 민주당 내 연구단체인 더좋은미래와 자신이 설립한 더미래연구소에 매달 20만원씩 회비를 납입한 데 이어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2016년 5월 19일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한번에 계좌 이체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당시 더좋은미래 사무실이 의원회관 902호였는데, 김 전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도 902호였다. 당시 902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며 "김 원장은 국회 정무위 간사 지위를 악용, 더미래연구소를 통해 상임위 유관기관으로부터 1억 8000만원의 수강료를 챙기고 정치 후원금 중 5000만원을 더좋은미래에 셀프 후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더좋은미래가 민주당 의원들의 임의단체인지 연구기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 확인해야 하며, 정치 자금법상 후원·기부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기식 금감원장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② 한국당의 '무차별 폭격'? "특정인의 로비성 자금도 흘러들어갔다" 공세
김 원내대표는 또 더좋은미래가 출자해 만든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등록에 특정 개인의 로비성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김 원장은 더미래연구소를 등록하면서 더좋은미래, 좋은기업지배연구소로부터 430만원과 270만원 등 상대적으로 적은 출연을 받은데 비해 강모씨 등 특정 개인으로부터 각각 1000만원을, 주식회사 한샘으로부터 500만원의 현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감안해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김 원장을 둘러싼 혐의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이어지는 만큼 국정조사와 청문회 병행 추진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10일 뇌물·직권남용·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 원장을 고소했다.
여기에 홍준표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교육·노동·사회·방송도 좌편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모자라나"며 "(문재인 정권이) 금융도 좌편향으로 몰고 가기 위해 부적절한 인사를 임명 강행한 것이 김기식 금융감독위원장"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고발장 접수를 하기 전 취재진에 고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신용현 수석 대변인. <사진=뉴시스> |
③ 안철수 "더미래연구소, 장하성·조국 등 강사진 꾸려 기업체 돈 뜯었다" 주장
바른미래당도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2002~2007년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 김 원장과 참여연대 주요 인사들과의 관계를 집중 공략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김 원장의 밑바닥이 드러나면 참여연대가 무너지고 참여연대가 무너지면 청와대가 무너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바른미래당은 김 원장의 부적절한 불법 행위를 파헤치고 어제 검찰 고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정조사도 관철해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더미래연구소 관련 의혹에 대해 "김씨가 설립한 더미래연구소는 2015년 1기 수강료를 1인당 350만원으로 책정하고 장하성 현 청와대 정책실장, 홍종학 현 중소벤처부 장관, 우상호 민주당 의원 등을 강사진으로 채웠다"며 "2016년 2기 강좌는 수강료를 600만원으로 올리고 조국 현 청와대 민정수석, 도종환 현 문화체육부 장관, 김영춘 현 해양수산부 장관 등으로 강사진을 구성했다. 이 것은 강연을 빙자해 기업체 돈을 뜯은 행위"라고 주장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도 같은 날 지도부 회의에 앞서 피켓을 들고 '김기식 사퇴'를 외쳤다. 조배숙 대표는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직접 국회에 등록한 더미래연구소에 피감기관 고액 강좌 강매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 갑질이다. 강사진에는 정권 수뇌부의 이름이 대거 등장한다"며 "조국 민정수석은 2년 전 연구소 이사, 강사로 직접 활동했다. 조 수석은 김 원장 검증 후 적법하다고 면죄부를 줬다. 검증될 수 없는 끼리 끼리 사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김 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행위의 적법, 불법은 조국 수석이 판단할 일이 아니라 사법부가 판단할 것"이라며 "김 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검찰은 김기식은 물론 더미래연구소 갑질 수사에 즉각 착수하길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살펴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김두관 의원이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금감원장 문제 심각합니다 청와대에...’라고 적혀 있다. <사진=이데일리> |
④ 김두관,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금감원장 문제 심각합니다. 청와대에~"
청와대는 김 원장에 대한 경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엿새째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김 원장에 대한 임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매일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해임은 없다"는 언급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특정인의 거취 문제를 놓고 청와대가 이렇게 매일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엄호'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 입장에선 김 원장에 대한 각종 의혹 공방이 도를 넘어섰다고 보는 것 같다. 다른 국회의원들도 그 정도는 다 하지 않느냐는 반응"이라며 "하지만 문제는 김 원장 스스로가 이미 각종 의혹 대응에서 주도권을 놓친 데 있다. 청와대가 나선 순간 문재인 정권과 야당 측의 힘겨루기가 되어버린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는 '김기식 딜레마'에 빠져 들어가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이데일리의 카메라에 찍힌 우 원내대표의 문자메시지 목록에는 김두관 의원이 김 원장 사태의 파장을 우려한 듯 "금감원장 문제 심각합니다. 청와대에~"라는 내용이 찍혀있다.
문자메시지의 전체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에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하라는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문자메시지 바로 밑에는 우 원내대표가 김 원장에게 "잘못된 일이 없다면 단단히 맘먹어라"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있다. "잘못된 일이 없다면~"이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반대로 "잘못된 일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농축됐다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조현정 기자 (jh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