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4' 조선사 물밑 경쟁 치열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조선업계가 모처럼 국내에서 나온 3조원 규모의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수주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아직 초기 단계라 누가 수주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 가운데, 현대상선과 대주주(산업은행)가 같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이른바 '셀프 수주' 를 하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2일 현대상선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 10일 현대·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빅3'외에 한진중공업까지 '빅4' 중심으로 제안요청서(RFP/Request for proposal)를 발송했다. 제안서를 받은 이들 국내 조선사들은 본격적인 제안서 검토작업에 돌입했다.
관심은 과연 어느 조선사가 일감 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소할 컨테이너선 20척 수주를 따내느냐다. 벌써부터 현대상선과 대주주(산업은행)가 같은 대우조선해양이 유리한 것 아니냔 분석도 나온다. 3조원이면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매출(11조원)의 1/3에 달하는 수준으로 큰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월 현대상선으로부터 최대 10척에 달하는 초대형유조선(VLCC)을 수주하면서 이른바 '셀프 수주' 논란을 낳은바 있어 이번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우조선과 현대상선은 둘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다.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상선> |
제안서를 받은 한 조선사 관계자는 "대우에 주기 위해서 이번 발주를 했다면 정말 지탄받을 일"이라며 "입찰을 한다는 것은 투명하게 여러 조건을 봐서 가장 적합한데 맡기기 위한 것 아니냐, 입찰 참가 자체에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다른 회사를 들러리 세우기 위한 입찰이 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업력과 건조 노하우를, 삼성중공업은 2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능력을 각각 강점으로 이번 수주전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2만1000TEU급 컨테이너선을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해서 인도한 경험이 강점이다.
업계에선 납기일이 2020년으로 촉박하고 컨테이너선이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은 점을 감안할때, 회사마다 도크 사정 등을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도크 스케줄상 20척을 한꺼번에 건조하기가 쉽지 않아 2~3곳이 나눠서 수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목적이 전략물자 수송을 위한 국적선사의 선대 확대이기 때문에 그럴려면 배가 한꺼번에 확보가 돼야 하는데 한 곳 조선사에 몰아주면 되겠느냐, 지을 수는 있는데 마지막 호선 인도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며 "여러 척을 한꺼번에 인도를 받으려면 분산 발주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 10일 2만 TEU급(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12척과 1만4000TEU급 8척 등 총 20척의 컨테이너선 발주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선소가 선가와 납기일, 건조 계획 등을 정해 입찰에 참여하면 현대상선은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선소를 선정한 뒤 건조의향서(LOI)와 건조계약서 등을 체결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늦어도 올 상반기중에는 발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