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 회담 이어 일본·중국·러시아 연쇄 정상회담
'한·미·일' vs '북·중·러' 전통적 동맹관계 복원 구도
비핵화 놓고 '동상이몽'..北 '단계적'vs美 '일괄 타결'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한반도 '비핵화' 외교전이 핵심 당사국인 남북과 미국 뿐 아니라 다자외교의 모습으로 꾸려지고 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내달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굵직한 회동을 앞둔 상황에서 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 정상들의 무대까지 함께 마련되고 있는 것.
우선 2015년 이후 중단됐던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5월초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일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다음달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와 관련, 그간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를 위해 일본 정부가 기울여 온 노력을 평가하며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고노 다로 일본 외상 접견 소식을 전하면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확인했다. <사진=청와대> |
이번 정상회담은 시기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위치해 북한 비핵화 문제가 심도 깊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공유하고, 북미 정상회담으로 연결되는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한미 정상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역사적인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주변국들이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다.
◆ 밀착하는 북·중·러, 北-중국에 이어 러시아와도 밀월
비핵화 외교전은 북·중·러가 밀착한 가운데 한·미·일이 긴밀히 공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그간 소원했던 북중 관계를 복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비핵화 의지를 밝혔고,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조율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김 위원장 방중 관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28일 보도 일부.<사진=조선중앙통신> |
북한은 러시아와도 관계 복원을 이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당초 9~1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머무를 예정이었지만, 출발일을 하루 연장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특히 리 외무상은 10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해 긴밀히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리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평양을 방문해달라는 북한 측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 한·미·일 안보사령탑 접촉, 비핵화 방법론 조율 여부 주목
한·미·일도 긴밀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7~20일 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9일부터 임무를 시작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안보사령탑 회동에 나섰다.
특히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조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 '단계적·동시적 해결'을 선호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 핵 능력 완성 시기를 감안할 때, 향후 1년 이내에 비핵화가 완료돼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는 향후 외교전에서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 현재 북한의 말만으로 보상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실질적인 비핵화의 진전이 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포괄적·단계적 방식'을 주장한다.
한·미·일이 안보사령탑 회동을 통해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동일한 입장을 정한다면 향후 외교전은 한·미·일과 북·중·러의 전통적 대결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어 미국과 북한의 이견을 조율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반도 외교전은 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에 한국이 조정자를 맡는 구도가 될 수도 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