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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하철 5호선 내 운영 중인 점포 47개소의 임차료를 29.4% 낮추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부진한 실적을 거둔 세븐일레븐으로서는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와 코리아세븐은 지난 16일 지하철 5호선 편의점 45개역 47개소(창고포함)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2년까지다.
지난 2007년부터 10년간 지하철 5호선 역사 내에서 편의점을 운영해 온 세븐일레븐은 이번 계약을 통해 향후 5년간 점포 운영권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 지하철 5호선 역내 47개소 5년 임차료 77억 절감
고무적인 것은 그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던 임차료를 대폭 낮췄다는 점이다. 세븐일레븐은 5년간 임차료 184억6449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47개소 운영권을 낙찰받았다. 5년전 계약 당시 261억6505만원에 낙찰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임차료가 77억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월 임차료도 3억527만원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역내 임대료가 대폭 감소한 것은 감정평가금액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지하철 임대상가가 과도한 임대료로 인해 전반적으로 유찰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5호선 47개소 임대차의 경우 지난달 12일에 진행한 첫 입찰 공고에서 코리아세븐만 단독 응찰하면서 국가계약법상 경쟁 입찰 요건이 성립되지 않아 무효화됐다. 이어 실시한 재입찰에서는 코리아세븐마저 발을 빼면서 무응찰로 유찰됐다.
지난해 12월 계약 만료 이후 명도유예 기간이 길어지면서 서울교통공사는 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해 기존 운영업체인 코리아세븐과 협상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세븐일레븐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 100.8%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권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업체 간의 치열한 점포 확장 경쟁이 펼쳐졌고 브랜드 홍보 효과도 탁월해 지하철 점포가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 들어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굳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하철 점포를 원하는 업체들이 줄어든 상태다.
5년 전만 하더라도 공개입찰에 편의점 4개사가 전부 몰리면서 통 큰 배팅 경쟁이 펼쳐졌다. 당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세븐일레븐의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114.6%에 달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방이역 내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점포<사진=박준호 기자> |
◆ 실적 악화, 가맹점 상생 지원 ‘이중고’… 연 임차료 43.3% 감소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던 세븐일레븐은 비용 부담을 한결 덜게 됐다. 이번 계약 결과로 세븐일레븐이 한 해 절감하게 된 임차료는 15억4000만원이다. 지난 한 해 세븐일레븐의 지급임차료는 35억5400만원에 달한다.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29억원으로 전년(473억원) 대비 9.3%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보다 14.0% 줄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 상생지원을 위한 실탄 마련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초 가맹점 지원을 위해 7년간 약 1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상생펀드 조성(1000억원)과 미래형 점포 개발(6200억원) 비용을 제외하고 직접 지원금액만 28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초 1417억원이던 코리아세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기말 688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538억원으로 전년대비 47.9% 감소했다. 제품을 팔고 회사가 손에 쥐는 현금이 줄었다는 의미다.
게다가 코리아세븐의 유동자산은 3984억원인데 반해 유동부채는 6179억원에 달한다. 기업의 지불 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이 64.4%에 불과하다.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보다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가 더 많은 셈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 상호 이해와 배려 덕분에 만족할만한 조건으로 브랜드를 유지하게 됐다"면서 "지하철 점포는 매일 다수의 이용객을 대상으로 브랜드 홍보효과가 크고 매출도 안정적인 만큼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