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0차 독대’ 전날밤 삼성 말씀자료 급히 전달 정황 제시
안 전수석 측 “독대 당일 오전 자료 수정하느라 바빴던 기억 있어”
최순실 측 “추측에 불과...특검에 협조하는 것 합리화하는 증언”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최순실 씨 항소심 재판에서 박근혜-이재용 ‘0차 독대’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8월 25일 자신의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같은 날 열린 자신의 국정농단 사건 관련 공판에 출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핌 DB] |
18일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항소심 3차 공판에서 특검은 안 전 수석이 자신의 보좌관과 나눈 문자 내역 등 자료를 제시하며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0차 독대’가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차 독대가 있었던 2014년 9월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사흘 전에 이미 만남을 가졌다고 봤다.
이날 공판에는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인 김건훈 전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과 김 전 행정관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제시했다. 대화 내용에는 2014년 9월 11일 오후 11시경 ‘삼성참고자료-말씀참고 포함-수정' 문건을 주고받은 정황이 들어있었다.
특검은 김 전 행정관을 향해 “안 전 수석이 밤늦은 시각에 김 전 행정관에게 자료 일부 수정을 지시하고 독촉했고, 증인이 자료를 보내자마자 안 전 수석이 확인했다”며 “당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면담이 임박했었나”고 질문했다.
이에 김 전 행정관은 “다음날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대기업 총수 면담은 처음 하는 행사였고, 당일 오전에도 자료를 수정하느라 바빴던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특검은 “2014년 9월 15일 면담을 위해 11일 늦은밤 말씀자료를 만든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 자리에서 12일 독대가 확인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검의 0차 독대 주장은 삼성의 부정한 청탁과 연관돼 있다. 1심은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1차 독대인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면담은 5분에 불과했다. 짧은 시간 진행된 면담에서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 현안 해결 대가로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 승마 지원을 결정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이에 특검은 1차 독대가 있기 사흘 전인 9월 12일에 이미 한 차례 만나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순실 씨 측 변호인은 “김 전 행정관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를 직접 봤다거나 안 전 수석으로부터 들은 것은 아니다”며 0차 독대를 부정했다.
이어 “증인이 작성한 2014년 9~11월 진행한 8개 기업 총수면담 관련 자료 중 5개 날짜가 오류”라며 김 전 행정관의 증언은 추측에 불과하고 특검에 협조하려는 것을 합리화하는 증언이라고 지적했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