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CVID 아닌 PVID 요구..北, 우군 확보 돌파구 마련
전문가 “北, 비핵화 이행 후 체제 안정 위해 중국 절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PVID' 카드로 북한을 압박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0여일만에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일정 공개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대북협상 허들을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수없는 비핵화)에서 'PVID'(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수없는 비핵화)로 높이자 김 위원장이 급작스레 중국을 방문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저녁 브리핑들 통해 김 위원장이 전날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김 위원장 방중 관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3월 28일 보도 일부.<사진=조선중앙통신> |
김 대변인은 "다롄 회동 사실을 중국 정부가 우리 쪽에 미리 알려왔다"며 "김 위원장은 어제 다롄에 들어가 오늘 평양으로 돌아갔다고 중국 정부가 통보했다"고 말했다. 또 "1박 2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 3월 말에 이어 40여일 만이다.
전일 복수의 중화권 매체는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다롄을 방문, 시 주석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급작스런 방중을 두고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중 소통 강화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다녀왔듯이 이번에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한 것이란 설명이다.
홍석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지 소통 부분만 본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 압박 수위를 높임에 따라 김 위원장 역시 줄다리기를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3~4주 이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미회담 개최 장소로 '판문점'을 언급하는 등 북미 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모습이었다.
이에 워싱턴 외교가에선 이번 주 초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백악관의 침묵이 길어지자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막판 이상기류를 둘러싼 의문이 점차 고개를 들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이 지난 2일(현지 시각) 취임사에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WMD의 폐기(PVID)"를 언급함에 따라 북미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북한 역시 지난 6일 외무성 대변인이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미국이 우리의 평화 애호적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우리에 대한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맞불 전략을 펼쳤다.
예상과 달리 북미정상회담에 있어 난기류가 감지되는 와중에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하자 전문가들은 ‘북중 밀월’ 관계를 다시 한 번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2012년 공식 집권 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3월 말 베이징을 방문한 후 불과 40여 일만에 시 주석을 다시 찾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란 평가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향후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경우 체제안전 보장과 관련해서는 결국 중국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며 “전통 우방인 중국이 안전을 담보해주는 것이 확실한 보증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