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중앙은행들 보유고 다각화…유로·위안 등 수혜 예상”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무역 갈등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십 년 동안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한보유고에 달러를 쌓아왔지만, 미국이 최근 무역 갈등을 주도하는 사이 각국이 자체적인 무역 협상을 타결하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글로벌 무역 시스템이 달러와 미국 중심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수년이 걸리겠지만, 최근 무역 갈등 양상은 11조 달러 정도를 외환보유고에 쌓아두고 있는 중앙은행들의 보유고 다각화 전략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엑상테 데이터 최고경영자(CEO) 젠스 노르드빅은 최근 미국발 무역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는 사이 올해 글로벌 중앙 은행들이 2000억~3000억 달러 정도의 외환보유액을 위안화와 유로화 등 다른 통화로 변경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를 조정하는 속도가 느리긴 하다면서도, 미국발 무역전쟁으로 인한 보유고 다각화 규모는 결국에는 상당히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앙은행 상당수는 유로나 위안화 같은 통화로 눈을 돌리고 있어 달러 지위 축소로 인해 수혜를 입는 통화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의 63% 정도를 미국 달러로 보유해 4년여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유로 비중은 20%로 늘었고, 엔화 비중도 4.9%로 확대됐다.
HSBC 글로벌 중앙은행 대표 크리스찬 데세글리스는 “각국 무역 관계가 바뀌면 장기적으로 외환보유고 구성에 영향이 있음은 분명하다”라면서 “유로화와 위안화로 거래되는 무역이 늘어나면서 해당 화폐에 대한 (보유) 필요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연방준비은행 다니엘 음미넬레 부총재는 아직까지 자신들의 외환보유고에 달러 비중이 가장 크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엔화와 위안화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문디 외환보유 매니저 장자크스 바베리스는 “글로벌 경제가 미국 중심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다각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다만 미국이 여전한 글로벌 경제 핵심 동력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아주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