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폼페이오, 北에 민간 주도 '통큰' 지원 약속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하게 될 미국의 북한 비핵화 해법에 대한 세부 계획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의 고위 행정부 관료들이 잇따라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대가로 한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CNN뉴스의 '스테이트 오브 디 유니온'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한다면 북한에 대한 전망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ABC의 '디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능한 빨리 북한과 교역과 투자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과 일치하는 것이다.
(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신화사 뉴스핌] |
이어 볼턴 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전망은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정상국가가 되고 세계 각국과 예의 있는 행동으로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핵 폐기가 완전히 이뤄지기 전엔 어떤 보상도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 동의한다면 북한의 번영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했다. 그는 '폭스뉴스 선데이'와 인터뷰에서 미국 납세자들의 자금이 아닌 미국 민간 부분의 자금이 들어와 북한의 에너지 망 구축을 도울 것이라며 "북한에는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북한과 인프라 개발과 북한이 원하는 모든 것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며 특히 미국의 농업과 기술이 북한을 지원하면 그들은 고기를 먹을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북한이 받아들인다면 대북 경제제재를 대폭 완화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 의지 방증…"한미 FTA 타결 연기 발언 연장선"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대가로 '북한판 마셜플랜'을 제시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비핵화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타결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마샬플랜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유럽 부흥계획이다.
과감한 경제 지원 약속은 북한의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의지가 강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볼턴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고문들과 다른 사람들, 해외 지도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광범위하게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약 5주간 (보좌관) 일을 했는데, 이란과 북한이 내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통일분과위원을 맡았던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9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는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재정과 정치적인 면 모두에서 되돌릴 수 없는 양보를 추구하도록 만들 뿐"이라며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북한판 마셜플랜"과 유사한 원조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