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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 막판 2주간 기싸움의 문턱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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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의제와 기선제압 둘러싼 난기류 극복 못해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세기의 담판'으로 불렸던 북미정상회담이 예정일을 불과 20여일을 남기고 24일(현지시간) 좌초됐다. 불과 2주전만해도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이를 통한 북핵 타결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개방적이고 훌륭하다"고 칭찬할 만큼 분위기도 좋았다. 그러나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은 막판 기싸움의 문턱을 끝내 넘지 못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순풍에 질주할 것만 같았던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첫 난기류가 발생한 것은 지난 5월 7~8일에 이뤄진 2차 북중 정상회담이다.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김정은의 태도가 시진핑 주석을 두 번째 만난 뒤 조금 바뀌었다" 며 불만을 드러냈던 대목이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이는 금새 수면 아래로 내려앉았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바로 다음달인 5월8~9일간 평양을 방문,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북미정상회담의 의제와 향후 보상방안에 대해 조율을 마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의 신병을 넘겨받아 함께 귀국 비행기에 오르는 성과도 거뒀다.트럼프 대통령도 석방된 미국인들을 직접 맞으며 김 위원장에 감사의 뜻을 표시할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북한 역시 지난 12일 풍계리 북 핵실험장 폐쇄를 공식 발표하면서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둔 신뢰쌓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북미정상회담의 협상테이블에 올릴 구체적인 의제를 두고 신경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3일 방송에 출연, '선(先) 핵포기 후(後) 보상' 방식인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재차 거론했다. 이어 폐기한 핵·미사일 장비와 물질을 미국(테네시주 오크리지)으로 가져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일괄타결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북한에 대한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었다.  

북한은 리비아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를 거론하며 이전부터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더구나 체제 보장과 경제적 보상없이 핵 무기의 미국 반출을 거론하는 미국의 요구를 달가와할 리 없다. 더구나 볼턴 보좌관의 언급은 김 위원장이 2차 북중정상 회담을 통해 공언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요구도 묵살한 것이다. 

이에 대한 북한의 불만은 남북고위급회담 전격 취소와 함께 지난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폭발했다. 김 부상은 "북한을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그런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김 부상은 볼턴 보좌관에 대해서도 '대화 상대방을 자극하는 망발'을 했다며 직격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볼모로 삼아 미국의 비핵화 접근 요구와 태도를 변화시키겠다는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펼친 셈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의 기습적인 반격에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가 무방비 상태로 일격을 당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북한을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이즈음 북한의 반격에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안보 측근들 사이에선 북한의 비핵화 진의를 둘러싸고 회의론도 고개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정상회담이 자칫 정치적 낭패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구심에 측근들을 다그쳤다는 NYT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채찍보다는 당근을 제시하며 '북한 달래기'에 더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면담과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거듭 북한에 대해 리비아식 모델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 모델을 언급하며 체제 보장은 물론 막대한 경제 지원까지 약속했다. 일괄타결을 '선호'하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언급도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안에 대한 융통성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근들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는 자신의 수정안에 대해 김 위원장의 성의있는 호응을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김 위원장의 성의있는 호응이 있어야 북미정상회담을 재추진할 명분과 동력이 생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공을 평양에 넘기고 태도 변화를 기다렸던 셈이다.

하지만 북한은 백악관의 물밑 접촉에 끝내 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북한은 24일 최선희 외무상 부상의 담화를 통해 또한번 '치킨게임'을 펼쳤다. 최 부상은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리비아 모델'을 다시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겨냥해서도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며 공격했다. 미국의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만해도 "다음주에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알게될 것"이라며 북한에 말미를 주는 제스처를 보였다. 그러나 최 부상의 담화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최후 통첩과 북한 달래기가 무시당한 것으로 판단,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백악관도 이후 북한이 펜스 부통령을 맹비난 하고 거듭 약속을 깨면서 신뢰 부족이 확인됐고 이것이 회담 취소로 이어졌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북미는 사상 최초 정상회담 개최라는 큰 틀에 합의하고도 구체적인 의제와 주도권을 장악을 위한 기싸움의 문턱에 결려 함께 넘어진 셈이다. 

kckim1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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