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도전한 작품, 메시지 함께 나누고파"
7월22일가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매 작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줬던 배우 장율(30). 배우란 무대마다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당연한데, 이번에는 정말 딱 맞는 옷을 입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연극 '킬롤로지'에서 말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장율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5.18 deepblue@newspim.com |
연극 '킬롤로지'(연출 박선희)는 동명의 온라인 게임과 동일한 방법으로 아들이 살해된 후 복수를 하는 아버지 알란, 게임을 개발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개발자 폴, 게임의 희생자 데이비, 세 사람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등장인물 세 명의 독백으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형식을 자랑한다. 지난 18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배우 장율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쉽게 읽혀지지 않는 작품이에요. '관객분들이 처음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걱정이었죠. 독백으로 이루어진 공연은 처음이라 많이 어려웠어요. 그래도 읽으면 읽을 수록 세 명의 이야기가 맞닿아지면서 흥미롭다고 생각했죠. 모든 텍스트가 마지막 이야기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어요. 1시간 50분 동안 자기 얘기를 하는데, 그걸 재미있고 따라올 수 있게 연기해야 하니까 도전이었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관객 분들도 걱정보다 잘 따라와주시고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에요.(웃음)"
장율이 맡은 역할은 게임의 희생자 '데이비'다. '데이비'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집을 떠나고, 어머니의 무관심으로 점점 비뚤어지는 인물로, 애정을 갈구하지만 들어주는 이 없고, 나중에는 '킬롤로지' 게임의 방식으로 처참하게 살해된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장율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5.18 deepblue@newspim.com |
"데이비는 감정 표현도 별로 하지 않고 우울하고 외로울 것 같은 친구였어요. 그런데 극의 특성상 말을 많이 해야 하죠. 일상에서 나의 얘기를 이만큼 들어주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고민하다 심리치료사가 떠올랐어요. 또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본인 이야기를 해야 관객들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너무 틀에 갇혀있지 않고 신날 때는 더 신나게, 재밌게는 또 더 재밌고 적극적으로 얘기를 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더 많은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야 관객들이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를 바라보는 감정이 생길 것 같았어요."
극의 초반 '데이비'는 욕도 많이 하고 매우 거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그러나 극의 말미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도 등장하는데, 이는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아버지가 상상하는 장면이다. 장율은 "조금 다른 인물처럼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데이비가 극 초반과 말미가 다르게 그려져요. 아버지가 상상하는 순간에서는 어떻게 연기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죠. 환상 속에서 다시 살아난 데이비니까, 그 순간의 감정에 더 충실하려고 했을 것 같아요. '만약 데이비가 이런 환경이었으면 더 밝은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를 관객들도 느꼈으면 하는 거죠. 데이비의 텍스트 전반에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는데, 때문에 상상 속에서라도 조금 더 따뜻하고 친절했으면 하는 거죠. 만약 제가 데이비라면 아버지의 복수보다 단 한 번이라도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고 따뜻한 미소를 보여주는게 더 중요했을 것 같아요."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장율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5.18 deepblue@newspim.com |
세 명의 독백이라는 독특한 형식은 배우들에게는 큰 과제였다. 특히 각 배우들의 다른 이야기, 다른 감정들을 어떻게 이어갈 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소문난 연습벌레인 장율 또한 무대에서 계속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단다.
"가장 어려운 건 이야기의 시동을 '알란'이 거는데, 이걸 꺼트리지 않고 잘 이어가는 방법을 찾는 거였죠.(웃음) 다른 이야기지만 맞닿아 있는 부분을 캐치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면서 방법을 찾아나갔어요. 무대에 오르면 인물 그 자체로 계산하지 않고 이야기를 던지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까진 할 때마다 생각이 많죠. 연습도 많이 하고 지금도 스스로 제 연기를 평가하면서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대사 실수가 없을 수 없을 정도로 대사량이 많아요. 가끔 화이트아웃이 될 때 난감한데, 연습량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긴 하죠.(웃음) 그만큼 연습을 정말 많이 해요."
배우들에게도 연출진에게도 관객에게도 낯선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라고. 공연을 진행하면 할수록 장율 또한 많이 성장하고 있다.
"작품을 하면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마음을 같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죠. 작품이 폭력적이긴 하지만 작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실낱같은 희망이 아주 귀중하고 소중하죠. 너무 희망적이지만은 않아서 좋아요. 저도 하면서 성장통을 겪고 있어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고 하면서 어려움을 느끼죠. 그래도 이런 공연을 언제 또 해보겠냐 싶어서 너무 감사하죠. 막공쯤 되면 공연을 통해 뭔가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장율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5.18 deepblue@newspim.com |
장율이 연기를 생각한 시기는 중학교 3학년 때다. 스스로 답답하다고 느꼈던 사춘기 시절, 그 해답은 '연기'였다. 계원예고를 진학하고 연극을 시작하면서 방황하던 생각도, 행동도 많이 좋아졌다. 특히 장율은 고2 때 '우리 읍내'란 작품을 통해 많은 감정은 물론, 연극의 매력까지 깨닫게 됐다고.
"삶과 죽음을 다루는 '우리 읍내'를 통해 인간들의 감정을 많이 느꼈고, 제 감정도 요동치면서 연극을 통해 풀어갈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또 몰두하게 되는 무언가가 생기면서 삶이 굴러가기 시작했죠.(웃음) 연극에서는 제가 주체가 되잖아요. 시간과 공간을 다 만들어낼 수 있고 관객과 그걸 공유할 수 있죠. 무대 위에서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걸 깨고 또다른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게 연극의 굉장한 힘이라고 생각해요."
연극은 물론, 영화와 드라마 등 활동반경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무법 변호사'에 출연하기도 했다. 아직 경험하고 도전할 것들이 많다는 장율의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한다.
"하고 싶은 인물보다 작품 자체가 제가 하고 싶은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이야기의 주제가 다가오면 좋죠.(웃음) 매체 쪽 경험이 부족해서 자연스럽게 넘나들고 싶어요. 하나에 안주하면 제 연기가 발전될 수 없으니까요. 아직 젊고 경험할 것도 많기 때문에 계속 깨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10년 뒤에도 장율이란 배우가 계속 연기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흥미로운 작품을 선택할 수 있게, 내 연기가 필요한 사람일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연기할게요."
연극 '킬롤로지'는 오는 7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