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 중심으로 작년 수익률 10.9%...연기금 최고 수준
ETF‧리츠 적극 활용 “저렴한 보수+분산투자로 안정성 확보”
공무원이 수익자 “사회투자 당연한 가치...외부 의결자문기관 늘려”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주식시장이 좋았던 작년보단 못하지만 올해도 선방하고 있는 편이죠. 주식 쪽은 변동성이 높다고 판단해 연초부터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유동성 확보 방안을 점검하고 대체투자도 자산군을 다양하게 하는 등 하방 위험을 관리하고 있어요.”
장동헌 행정공제회 사업부이사장(CIO)은 최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 운용 전략이 리스크 관리에 방점이 찍혀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10.9%라는 연기금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했음에도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 미리 대비해야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장 CIO는 투자 비중의 절반이 넘는 대체투자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를 늘려가며 하방을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수익률을 높이면서도 분산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ETF(상장지수펀드)와 리츠(REIT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장동헌 행정공제회 CIO(사진 우측)는 지난달 말 홍콩에서 열린 ‘2018 아시안 인베스트먼트 서밋’에서 아시아 리딩 연기금 CIO로 선정됐다. <사진=행정공제회> |
2017년말 기준 행정공제회 총 운용자산은 꾸준히 늘어 11조766억원 수준이다. 자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대체투자로 54.7%(6조614억원) 가량이다. 주식은 24.6%, 채권은 8.3%.
올해 역시 대체투자가 중심이다. 국내 29.1%, 해외 24.7%, 총 53.8%를 차지한다. 종합 목표 수익률은 4.7%를 잡아놨다.
대부분의 연기금이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해외투자에 대해 장동헌 CIO는 투자 기회 확대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국내 투자에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자산이 줄어들고 있다”며 “환 헤지 비용도 들고 해외 쪽도 대체투자 자산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국내보다는 기회가 열려 있어 해외 투자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관점에서 상장지수펀드(ETF)와 리츠(REITs)의 중요성도 그는 강조한다. 운용보수를 낮춰 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자연스럽게 분산투자가 가능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정부가 중시하고 있는 연기금의 중소기업 투자 툴로 ETF를, 해외 대체투자를 위해 리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장 CIO는 “부임 이후 국내외 주식 쪽은 ETF 투자 비중을 굉장히 높여놔서 ETF 활용도가 업계에서 가장 높을 것”이라며 “은퇴자금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으면 부담스러워 코스닥, 중소기업 투자는 개별 종목보다 ETF를 활용해 비용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통화 정책 정상화 기조 움직임이 빨라지며 찾아온 ‘채권의 챌린지’ 시대에 대해 원래 채권을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아 상대적 피해는 적을 것으로 봤다.
“목표 수익률이 5%인 상황에서 채권성 자산들은 신용도를 따지고 하면 담을 수 있는 게 많지는 않다. 국민연금과 달리 채권성 자산에 대해 환 헤지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이지만 채권 투자가 만만치 않은 시대인 건 맞다.”
연기금의 ‘숙명’인 장기 투자와 단기성과 사이의 딜레마에 대해선 "양자는 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다"고 했다. “수익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율을 고민해보면 한 해 한 해 농사짓는 느낌이지만 연기금 자산 중에는 승부가 금방 나는 자산이 있고 길게 가는 자산이 있다. 모든 자산이 단기도, 장기도 아니라는 의미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 단기적인 것도 달성된다.”
연기금 운용에 화두로 자리잡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책임투자에 대해선 운용 자금의 성격상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장 CIO는 “수익자가 지방직 공무원이다 보니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수익자 의지와 맞지 않는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는 아직 도입하지 않았지만 의결권 행사를 중시해 작년 초부터 외부 의결권자문 서비스를 받아 투자하고 있으며 자문기관을 기존 1개에서 3곳으로 늘렸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스튜어드십코드는 단순히 도입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굉장히 많은 책임성을 요구한다”며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이 필요하고 사람 한둘 충원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신중했다.
1962년생인 장동헌 CIO는 지난 1988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해, SK투자신탁운용, 우리투자증권에서 주식을 운용했다. 1998년에는 6개월만에 수익률 30%를 달성한 ‘장동헌 펀드’로 이름날린 스타매니저 출신이다. 2005년부터 3년간 금융감독원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다. 이후 우리자산운용 전무,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 2015년 11월부터 행정공제회에 몸담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홍콩에서 열린 ‘2018 아시안 인베스트먼트 서밋’에서 아시아 리딩 연기금 CIO로 선정되기도 했다. 어려운 투자환경에도 불구하고 맞춤형 단독 투자인 SMA(Separately Managed Account) 등 새로운 투자기법을 적극 도입했으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위한 다양한 분산투자 노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