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여자 두고 내기하는 '도그파이트' 소재에서 시작
오는 8월12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전쟁에 참여하기 전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든, 가족이나 친구와 만나든,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가치있는 일을 했으면 좋으련만, 과거 미 해병들은 여자를 놀리고 내기를 하며 보냈다. 일명 '도그파이트(Dog Fight)'다.
'도그파이트' 손호영 [사진=강공컴퍼니] |
지난 1일부터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도그파이트-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하룻밤'(이하 '도그파이트')은 196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베트남전 참전을 앞둔 젊은 해병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도그파이트'는 가장 못생긴 여자를 파티에 데려오는 사람이 내기에서 이기는 게임으로, 이를 통해 만나게 된 두 남녀의 사랑과 성장의 과정을 담았다.
풋내기 해병대원 '버드레이스'(손호영, 최동욱, 이창섭)와 그의 절친 '볼랜드'(김보강, 이해준) '번스타인'(유현석, 선한국, 김태규)은 전쟁터로 떠나기 전 '도그파이트'를 진행한다. '버드레이스'는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로즈'(정재은, 양서윤)를 만나고 '도그파이트'에 데려가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한다. 망설이던 '로즈'는 그를 따라나서고 이후 자신이 놀림거리가 된 사실을 알고 실망한다. 그 과정에는 여성을 향한 외모비하부터 언어적 폭력 등 온갖 조롱이 그려진다.
'도그파이트' 최동욱 [사진=강공컴퍼니] |
최근 '미투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을 포함해 여성혐오와 남성혐오 등 성별 갈등이 고조되고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도그파이트'란 소재는 거부감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극중 배경이 1960년대지만, 2018년에 살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는 불편할 수밖에. 더군다나 반세기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극중 '로즈'처럼 상처 입은 여성들이 많은, 변화하지 않은 현실을 깨달으면 더욱 아프다.
물론 작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결국은 이런 아픔을 겪고 성장하는 '버드레이스'와 '로즈'의 모습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스스로를 반성하고 사과할 줄 아는 용기, 상처를 당당하게 이겨내는 힘, 상대방의 잘못을 보듬을 줄 아는 배려까지, 장난기 많고 거친 욕을 남발하던 '버드레이스'와 소심하고 겁 많던 '로즈'의 변화는 반가울 따름이다. 거짓이 아닌 진심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풋풋함은 슬핏 웃음도 자아낸다.
'도그파이트' 이창섭 [사진=강공컴퍼니] |
무엇보다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넘버다. 영화 '위대한 쇼맨'의 작곡가로 사랑받으며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신예 벤제이 파섹과 저스틴 폴 듀오가 작곡, 작사했다. 독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넘버들은 두 사람의 이야기에 마냥 화낼 수 없게 만든다. 조금은 어설픈 부분이 있지만 아름다운 넘버가 개연성을 만들고 관객들을 설득시킨다. 공연이 끝나고도 계속 귀를 감도는 음악은 작품의 최고 매력 포인트.
또 철제 구조물이나 네온사인, 무대 전면 등에 커다란 LED 활용은 매우 화려해,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LED 영상은 장소 이동, 시간의 흐름 등을 매우 효과적으로 그리면서도 관객들의 몰입감을 유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무대 바닥에는 턴테이블을 활용해 역동적이다. 어느 한 곳에 치중되지 않고 넓은 동선을 활용해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뮤지컬 '도그파이트'는 오는 8월12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볼 수 있다.
hsj1211@newspim.com